이우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오른쪽)이 16일 서울 성북구 KIST에서 열린 개발 시연회에서 달탐사 로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윙∼”
바퀴 6개 달린 탐사 차량이 흙으로 뒤덮인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더니 바퀴만 한 큰 돌을 거뜬히 넘어갔다. 발이 푹푹 빠지는 부드러운 모래밭도 자연스럽게 통과했다.
16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3연구동. 강성철 바이오닉스연구단 책임연구원은 “2020년 한국형 달 탐사용 로버(Rover)를 고려해서 개발한 첫 시제품”이라면서 “달 표면과 비슷하게 연출해 로버의 성능을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로버는 행성 표면을 주행하며 탐사하는 우주로봇을 말한다.
한국형 달 탐사용 로버는 가로 50cm, 세로 70cm, 몸체 높이 25cm로 라면 상자와 비슷한 크기다. 몸통이 2개 마디로 분리돼 구불구불 움직일 수 있고 30도에 이르는 가파른 경사면도 탐사가 가능하다. 달의 험난한 지형에서도 지면에 밀착한 상태로 이동할 수 있다. 최대 이동 속도는 초속 4cm다.
이날 공개된 로버는 인공지능(AI)이나 카메라가 아직 장착되지 않아 무선 조종기를 통해 수동으로 움직였지만, 최종적으로 완성되면 로버가 스스로 움직이고 유사시에만 지구에서 수동으로 조종할 계획이다. 달에 있는 로버에 명령을 보내거나 로버가 지상으로 보낸 데이터를 받는 데는 6초 정도 걸린다.
달은 14일(지구 기준) 동안 낮이 계속되고 이후 14일 동안에는 밤이 계속되는 환경이다. 로버는 태양전지를 주에너지원으로 하기 때문에 낮에만 활동할 수 있다. 밤에는 동면을 하다가 해가 뜨기 시작하면 3일 동안 A4 용지 2장 넓이의 50W급 태양전지를 이용해 전력을 충전한 뒤 10일간 활동하고 나머지 하루 동안은 다시 밤을 대비해 동면을 준비하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로버의 설계수명은 1년이다.
달 착륙선에 실어 보낼 수 있는 로버의 최대 무게가 20kg 내외이기 때문에 로버의 바퀴는 항공기 소재로 쓰이는 알루미늄 합금인 두랄루민으로, 몸체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제작해 무게를 최소화했다. 이번에 공개된 로버의 무게는 13kg으로, 영하 170도까지 떨어지는 달에서 견디도록 3∼4kg에 이르는 열 제어장치를 싣고 나머지 2kg 정도는 과학 장비를 탑재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회는 올해 한국형 달탐사사업 예산 410억 원 전액을 삭감했다. 이 때문에 KIST에서 개발한 로버는 정부 출연연구소 협의체 자체 예산으로 개발됐으며, 5억 원가량이 투입됐다. 달에서 진행할 과학 연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로버에 실릴 관측장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강 연구원은 “2017년까지 설계도를 확정해야 2020년 달에 발사할 로버를 완성하는 데 일정상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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