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교회에서 열린 3·1절 기념 예배에서 교인들이 만세 삼창을 하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이 교회는 1919년 3·1운동 직후 서재필 박사 등 독립 애국지사들이 건립을 주도해 1921년 세워졌다. 그 후 3·1절 기념 예배 전통이 생겼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낡은 사상과 낡은 세력에 얽매인 일본 위정자의 공명심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이 그릇된 현실을 고쳐서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올바른 바탕으로 되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라.”
2일 오전 11시 15분경 미국 뉴욕 맨해튼 115가 컬럼비아대 인근에 있는 ‘뉴욕한인교회’. 3·1절 기념 예배 도중 애국가를 4절까지 합창한 뒤 이 교회 성가단원인 김석배 씨(28·맨해튼뮤직스쿨 대학원생)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작은 교회당을 가득 채운 100여 명의 교인이 진지하게 경청했다.
“나라를 세운 지 사천이백오십이년 되는 해(서기 1919년) 삼월 초하루. 조선민족대표 손병희 외 32인.” 한글 선언문 낭독이 끝나자 곧바로 한인 2, 3세를 위해 주요 내용이 영어로 다시 발표됐다. “대한 독립 만세” 삼창이 이어졌고 ‘3·1절 노래’도 큰 소리로 합창했다. 이 교회의 이용보 담임목사는 “1919년 3·1운동 이후 뉴욕에 있던 서재필 박사 등 애국 독립지사들이 ‘나라의 구원을 이룩하자’며 교회 건립을 논의한 결과 1921년 4월 18일 뉴욕한인교회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지난해 유학을 온 김 씨는 예배가 끝난 뒤 기자에게 “솔직히 한국에서도 읽어볼 기회가 거의 없던 독립선언문을 미국 땅에서 청년신자 대표로 낭독하게 돼서 느낌이 더욱 새로웠다”고 말했다.
서재필 조병옥 이승만 등 독립지사들이 이용했던 숙소와 회의실, 안익태 선생이 애국가의 악상을 떠올리며 연주한 것으로 알려진 피아노 등이 있는 이 교회는 올해 4, 5월경 헐려 재건축될 예정이다. 교회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한인사회 내부에서도 “재미 역사교육단체인 한미헤리티지재단이 미국 내 ‘사적지 1호’로 지정한 이 교회가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 때문에 한국 정부의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이 교회는 그동안 △민간 종교시설이고 △이 교회에서 활동했던 독립지사 중 일부는 일제강점기 말 친일파로 변질됐고 △교회 주요 인사 중엔 친북 극좌 성향도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보수-진보 정부 양쪽에서 모두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고 교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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