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익악기 빌딩 3층 삼익아트홀에서 ‘군가합창단’이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군가를 합창하고 있다. 합창단은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김종완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 등이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
9일 저녁 서울 강남구 학동로의 삼익악기 빌딩 내 아트홀.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과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비롯한 50, 60대 인사 30여 명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멸공의 횃불’, ‘행군의 아침’ 등 귀에 익은 군가(軍歌) 합창 연습에 여념이 없다.
한 손에 악보를 들고, 지휘자의 손짓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진지한 표정에선 젊은 장병 못지않은 박력과 열의가 느껴졌다. 각계각층에서 모인 이들이지만 군가로 ‘하모니’를 맞추면서 모두가 현역 시절로 되돌아간 듯 상기된 모습이었다. 간혹 박자나 음정이 틀리면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쑥스러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들은 홍두승 전 서울대 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는 ‘군가 합창단’의 단원. 이 합창단은 2013년 말 홍 교수와 김 전 수석, 김종완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 등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군가를 함께 부르며 군 생활의 추억을 나누고, 군과 후배 장병들을 격려하는 모임을 결성하자는 취지에 공감한 예비역 장성과 기업인, 교수, 언론인 출신 인사 50여 명이 단원으로 가입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과 권혁순, 이홍기 전 3군사령관(예비역 대장), 김병기 전 주레바논 대사, 목진휴 국민대 교수, 육정수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 백병기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전무, 가수 이용 등도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주호영 대통령정무특보(새누리당 의원)도 지난해까지 단원으로 활동했지만 공직을 맡으면서 잠시 ‘휴업’ 중이다. 한 달에 두 차례씩 20∼30여 명의 단원들은 이판준 대구가톨릭대 음대 명예교수(67)의 지도를 받으며 2시간 동안 ‘군가 메들리’와 ‘홀로아리랑’ 등을 연습한다. 이 교수는 “아직은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앞으로 6·25전쟁 기념행사 등에서 국립합창단과 협연할 수 있을 정도까지 레퍼토리를 늘리고 실력도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테너 파트를 맡고 있는 김 전 장관은 “연령과 출신, 소속은 달라도 군가 합창을 통해 군에 대한 애정을 나누고 친목을 다질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창단 초기에는 연습 장소조차 구하기 힘들었지만 합창단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학군단 8기)이 사옥 아트홀을 무료로 빌려줘 큰 힘이 됐다고 한다.
합창단은 6월 초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의 천안함 전시관 앞에서 창단 후 첫 정식 공연을 개최한다. 김 전 수석은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을 찾아가 위문 공연을 하고 위문품을 전달할 구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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