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국 여성운동가 30명 유엔회견
“여성의 날 5월 24일 횡단 계획… 남북 당국 승인 아직 못 받아”
“한반도 전쟁과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걸어서 횡단하며, 여성의 힘으로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겠다.”
11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는 ‘위민 크로스(Women Cross) DMZ’ 회원들이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인 5월 24일 12개국의 여성운동가 30명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DMZ를 걸어서 넘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선 미국의 세계적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월트 디즈니의 손녀이자 영화제작자인 애비게일 디즈니, 미 예비역 육군대령인 앤 라이트 씨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이유를 밝혔다.
스타이넘 씨는 “고등학생 때 한국전쟁이 터졌고, 반 친구 몇 명이 징집됐다. 그중 한 아이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였는데 전쟁의 끔찍함을 아들에게 겪게 하기 싫다는 이유로 아들을 죽이고 자살했다. 그 비극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그 이후 분단 상황에도 계속 관여하고 있는 만큼 우리(미국)에겐 남북이 종전을 선언하고 궁극적으로 통일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즈니 씨는 “세상을 더 많은 무기로 가득 차게 하고, 그래서 많은 나라들을 분쟁으로 이끈 책임이 우리(미국) 선조들, 그리고 현재의 미국에도 있다”며 “미국 여성들도 (미국이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의무와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 씨는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 평화적 통일이 되도록 지원할 의무가 미국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평화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며 “한반도 평화 통일은 미국이 지켜야 할 ‘한국에 대한 오랜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의 코디네이터인 크리스틴 안 씨는 최대 관건인 남북한 정부의 승인 문제와 관련해 “DMZ를 지키는 유엔군사령부는 한국 정부의 동의를 전제로 잠정 승인했고, 북한은 ‘여건이 성숙하면’이란 추상적 단서를 붙인 원론적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단 한국 정부는 공식 언급이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승인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씨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단 승인이 안 되는 상황에 대비한 플랜 B, C, D, E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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