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경지역 한바퀴 도는 지름 250m 세계 최대 원형다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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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설치작가 강익중씨 ‘임진강 꿈의 다리’ 조감도 본보에 첫 공개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의 ‘임진강 꿈의 다리’ 조감도. 지름 250m의 원형 다리에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100만장과 한글 노랫말이 장식된다. 강익중 씨 제공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의 ‘임진강 꿈의 다리’ 조감도. 지름 250m의 원형 다리에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100만장과 한글 노랫말이 장식된다. 강익중 씨 제공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세계적 설치미술가 재미동포 강익중 씨(55·사진)의 오랜 꿈은 남북을 가르는 임진강에 전 세계 어린이 100만 명의 꿈을 담은 다리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평소 “어린이들의 꿈이 한반도의 상처(분단)를 치유할 것이다. 세계 어린이들이 남북통일의 증인이 될 것이다. 결국 세계를 위한 ‘평화의 백신’이 한반도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1998년부터 세계 각국의 어린이 그림들을 모았고, 2000년과 2002년엔 북한의 협력을 타진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도 있다. 그가 ‘임진강 꿈의 다리’를 얘기할 때마다 그 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것인지에 국내외 미술계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강 씨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자택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임진강 꿈의 다리’ 조감도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그는 “꿈의 다리는 지름 250m의 세계 최대 원형 다리로 설계했다”며 “다리 내부엔 가로 세로 3인치(약 7.6cm)인 정사각형의 전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 100만 장을 전시하고, 외벽은 남북이 함께 부르는 노랫말을 한글 작품으로 만들어 장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꿈’을 주제로 그린 어린이들의 그림을 세계 곳곳에서 이미 약 50만 장 모았다. 6개월 정도면 추가로 50만 장을 더 모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강 씨는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때 같은 크기의 어린이 그림 15만 장으로 벽면을 채운 180m 길이의 ‘꿈의 다리’를 세운 경험이 있어 임진강 꿈의 다리도 큰 어려움 없이 세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순천만 꿈의 다리는 아시아에서 제일 긴 ‘지붕이 있는 인도교(人道橋)이자 거대한 공공미술 작품’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임진강 꿈의 다리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어른들은 예외 없이 분단의 안타까운 현실과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열망 때문에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남쪽에서 올라가 동그라미 다리를 따라 걷다가 반대편 북쪽에 이르면 그곳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지역이기 때문에 내려갈 수 없다. 그 분단의 현실을 깨닫고 나머지 반원을 돌아오면서 우리 모두 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울면서 ‘통일을 이뤄 이 다리를 건너서 북녘 땅을 마음껏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염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통일이 더 빨리 다가온다는 설명이다. 최근 조감도를 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설계 취지를 듣고 “아주 좋다”고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씨는 지난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고위 관계자와 ‘꿈의 다리’ 건립 후보지(경기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 일대)에 대한 답사까지 마쳤으나 예산(약 280억 원) 확보 및 민화협 내부 문제 등이 겹치면서 구체적인 진척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임진강 꿈의 다리가 건립되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그들도 꿈의 다리를 걸으면서 ‘남북통일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론이 있느냐’는 질문에 “통일 자체가 꿈이어서는 그 꿈을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 통일 이후의 모습을 꿈꿔야 통일이 된다. 국민들이 ‘통일이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정치지도자들이 통일 이후 꿈과 희망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임진강 꿈의 다리#원형다리#강익중#설치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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