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전국 204개 4년제 대학의 협의체다. 국공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역, 규모와 인지도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가 많다. 그런데도 올 1월 대교협 회장에 취임한 부구욱 회장(63·영산대 총장·사진)은 25일 “대학 간 인수합병(M&A) 등 특단적 조치를 통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살려면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민감한 사안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대교협에서 ‘고등(대학)교육 발전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정부와 정치권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과 관련해 부 회장은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 등 양적인 구조조정만으로는 안 되고 국가 차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두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향후 10년 내 세계 200위권 대학에 20개 대학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부 회장은 20개 대학의 선별 기준에 대해서는 “국립대는 권역별 거점 국립대 10곳(서울대+권역별 9개 국립대)을 중심으로 대학 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사립대는 10개 명문 사학이 세계 200위권 진입 계획을 제시하고, 선정되면 정부가 등록금상한제 폐지 등 각종 규제를 예외적으로 풀어줬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간 합종연횡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 회장은 세계적 대학을 20개 정도 보유한다면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교육 강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대학 간 통폐합 등 구조개혁을 게을리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5단계 대학평가에서 D(4등급)와 E(5등급)를 받는 지역 사립대 중 30, 40개는 퇴출될 것으로 봤다.
한편 지역 사립대 총장으로서 느끼는 ‘사립대 상황’에 대해 부 회장은 “현재 지역 대학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교육부의 대학특성화사업(CK) 등에 동참해 특성화 학과 발굴과 명품 학과 육성 등 자구책 마련에 적극적이다.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학과를 적극 육성하려는 움직임은 권장할 만하다. 이는 ‘대학 브랜드’라는 수직적 서열화를 ‘학과 브랜드’라는 수평적 서열화로 깨는 길이자 졸업생의 취업문도 넓힐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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