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인 ‘타슈켄트 메디컬 아카데미’의 소아치과 수술실 앞. 엄마 품에 안긴 4개월∼한 살 된 아이들의 윗입술은 입천장까지 갈라져 있었다. ‘구순구개열.’ 한국에선 ‘언청이’로 더 알려져 있다.
타슈켄트에서 2시간 거리의 달바르진 마을에서 온 카몰로바 요쿠트헨 씨(28·여)는 기대에 부푼 표정이었다. 아들 아크지혼(9개월)은 결혼한 지 9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이다. 한국 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에 전날 한숨도 못 잤다.
전날 밤 이곳에 도착한 서울대 치과병원 의료봉사단은 500kg의 짐을 풀자마자 메스를 들었다. 수술은 한국팀, 마취는 현지팀이 맡았다. 새 입술과 인중, 콧구멍을 다시 맞추는 수술이 시작됐다. 30년이 넘은 옛 소련식 수술실에 약품도 부족했지만 의료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환자를 맞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6·25전쟁 당시 미국 군의관이었던 랠프 밀러드가 한국 환자들을 치료하며 만든 ‘밀러드 방식’을 60년째 사용하고 있었다. 봉사단장인 정필훈 교수(60)는 25개국 해외봉사에서 쌓은 수술 경험을 통해 기존 방식보다 절개를 줄이고 콧구멍 크기와 입술 높이 등 수술 후 외형까지 정교하게 복원하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수술실에 참관하러 온 치과 레지던트 나브루즈 씨(29)는 “한국 봉사단의 수준 높은 의료기술은 이곳 환자들과 의료진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수술실 밖에는 한국 봉사단의 방문 소식을 뒤늦게 듣고 찾아온 환자 가족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사흘간 매일 찾아와 수술을 간청한 아버지, 턱이 굳어 입을 못 여는 손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 주러 8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온 할아버지도 있었다. 환자 가족들은 봉사단을 볼 때마다 한쪽 가슴에 손을 얹고 “라흐마트(감사합니다)!”를 외쳤다. 보육원생과 청각장애인을 포함한 250명의 아이들도 치과치료를 받았다. ‘착한 집’ 보육원장 아리포바 씨(52·여)는 “한국 의사선생님들이 온다고 하면 아이들이 서로 가겠다고 난리다”고 말했다.
서울대 봉사단은 20일까지 구순구개열 환자 29명에게 미소를 선물했다. 봉사활동은 2011년부터 5년째다. 신한은행의 후원으로 모든 치료는 무료다. 1937년 할아버지가 연해주에서 강제이주한 고려인 3세 마취과 의사 박 아나톨리비즈 씨(50)는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도움을 받아 더 기쁘다”며 “아이들의 미소처럼 양국의 우정이 돈독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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