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멤버 73세 폴 매카트니 첫 내한공연… 4만여명 열광 팝스타 폴 매카트니가 2일 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서 연주 중 객석을 바라봤다. 그가 짓는 미소에서 1960년 독일 함부르크, 영국 리버풀 지하클럽에서부터 아가씨들을 자지러지게 한 열아홉 청년이 보였다. 현대카드 제공
팝의 박물관은 통째로 살아있었고 한밤의 마법처럼 꿈틀댔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73)가 2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연 첫 내한공연은 박제되지 않은 전설을 보여준 거대한 로큰롤 쇼였다.
매카트니는 이날 오후 8시 20분 군청색 재킷과 흰 와이셔츠, 검은색 바지 차림으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호프너 베이스기타를 들고 4만여 관객 앞에 나타났다. 첫 곡은 비틀스의 ‘에이트 데이즈 어 위크’. 이어 2013년 솔로 곡 ‘세이브 어스’까지 로큰롤로 끓어오른 객석을 향해 그는 한국말로 첫인사를 했다. “안뇽하세요! 한국 와서 조우와요!!”
2일 공연 앙코르 때 태극기를 들고 나와 흔든 폴 매카트니. 폴 매카트니 트위터믿기 힘든 체력과 연주력이었다. 매카트니는 160분 동안 옷 한 번 갈아입지 않고 여러 대의 전기기타와 통기타, 피아노와 건반, 우쿨렐레를 오가며 연주와 노래를 병행했다. 가창은 고령인 탓에 전성기만 못했지만 비교적 흔들림이 없었다. ‘예스터데이’ ‘캔트 바이 미 러브’ ‘페이퍼백 라이터’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 ‘블랙버드’ ‘엘리너 리그비’ ‘오블라디 오블라다’ 같은 비틀스 명곡이 40곡 중 절반 이상. 비가 오는 가운데 밴드 연주의 거대한 음량에 맞춰 무대 위로 화염과 불꽃이 폭발한 ‘리브 앤드 렛 다이’(영화 ‘007 죽느냐 사느냐’ 주제가)는 하이라이트였다.
공연 초반 “오눌 한국말 해보겠숨니다!”고 한 매카트니는 자주 “고우뫄워요” “대박” “조와요?”로 분위기를 띄웠다. ‘마이 밸런타인’ 전엔 “오눌 날씨를 위한 곡임미다” ‘히어 투데이’ 전엔 “다움운 존(레넌)을 위한 곡임미다”라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곡 소개를 했다. 무대 연출과 곡 구성은 기자가 2013년 일본 오사카에서 관람한 공연과 거의 비슷했다. 비틀스 명곡 ‘올 마이 러빙’과 ‘겟 백’이 빠진 것은 아쉬웠다.
새로운 건 객석이었다. 4만 관객은 ‘헤이 주드’의 ‘나나나나나나나∼’ 제창 때 ‘NA’라 쓰인 종이를,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 때는 하트가 그려진 종이를 머리 위로 들었고, ‘렛 잇 비’ 때는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들어 객석을 별밭으로 만들었다. 매카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 어렵다는 듯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고 객석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그렸다. 첫 번째 앙코르 때 매카트니는 태극기를 들고 나와 흔들었다. 객석 이벤트는 한국 비틀스 팬클럽이 아이디어를 내고 종이를 제작해 객석에 배포해 이뤄졌다.
2013년 일본 도쿄돔 공연을 본 팝칼럼니스트 박현준 씨는 “무대는 같았지만 한국 관객 특유의 뜨거운 호응이 공연을 더 빛나게 했다”면서 “일본 객석은 연령대가 높은 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젊은 관객이 많았던 것도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양한욱 군(17)은 “‘개그콘서트’의 ‘렛 잇 비’ 때문만이 아니라 친구들 중 비틀스 팬이 많다”고 했다.
매카트니는 공연에 앞서 이날 낮 약 100만 원의 입장료를 지불한 230명의 VIP 앞에서 1시간 동안 리허설 공연을 했다. 본공연에서는 연주하지 않은 ‘갓 투 겟 유 인투 마이 라이프’ ‘시 문’ ‘호프 오브 딜리버런스’ ‘블루버드’ 같은 곡을 그는 메인 콘서트만큼의 열정으로 노래했다.
매카트니는 잠을 거의 자지 않고 3일 새벽 전세기를 타고 출국했다. 뒤풀이는 강남의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스태프들과 와인을 마시는 걸로 대신했다. ‘건배사’는 한국어였다. “한국, 조우와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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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4 08:10:17
연주 초반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나, 비싼 입장료를 훨씬 넘어선 감동의 무대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