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전설 “한국팬, 대박”… 태극기 흔들고 감격의 손하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4일 03시 00분


“안뇽하세요” 한국말로 첫인사… 빗속 160분 동안 40곡 열창
관객들 헤이 주드 ‘나나나나∼’ 떼창… 렛잇비땐 휴대전화로 객석에 별밭

비틀스 멤버 73세 폴 매카트니 첫 내한공연… 4만여명 열광 팝스타 폴 매카트니가 2일 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서 연주 중 객석을 바라봤다. 그가 짓는 미소에서 1960년 독일 함부르크, 영국 리버풀 지하클럽에서부터 아가씨들을 자지러지게 한 열아홉 청년이 보였다. 현대카드 제공
비틀스 멤버 73세 폴 매카트니 첫 내한공연… 4만여명 열광 팝스타 폴 매카트니가 2일 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서 연주 중 객석을 바라봤다. 그가 짓는 미소에서 1960년 독일 함부르크, 영국 리버풀 지하클럽에서부터 아가씨들을 자지러지게 한 열아홉 청년이 보였다. 현대카드 제공
팝의 박물관은 통째로 살아있었고 한밤의 마법처럼 꿈틀댔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73)가 2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연 첫 내한공연은 박제되지 않은 전설을 보여준 거대한 로큰롤 쇼였다.

매카트니는 이날 오후 8시 20분 군청색 재킷과 흰 와이셔츠, 검은색 바지 차림으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호프너 베이스기타를 들고 4만여 관객 앞에 나타났다. 첫 곡은 비틀스의 ‘에이트 데이즈 어 위크’. 이어 2013년 솔로 곡 ‘세이브 어스’까지 로큰롤로 끓어오른 객석을 향해 그는 한국말로 첫인사를 했다. “안뇽하세요! 한국 와서 조우와요!!”

2일 공연 앙코르 때 태극기를 들고 나와 흔든 폴 매카트니. 폴 매카트니 트위터
2일 공연 앙코르 때 태극기를 들고 나와 흔든 폴 매카트니. 폴 매카트니 트위터
믿기 힘든 체력과 연주력이었다. 매카트니는 160분 동안 옷 한 번 갈아입지 않고 여러 대의 전기기타와 통기타, 피아노와 건반, 우쿨렐레를 오가며 연주와 노래를 병행했다. 가창은 고령인 탓에 전성기만 못했지만 비교적 흔들림이 없었다. ‘예스터데이’ ‘캔트 바이 미 러브’ ‘페이퍼백 라이터’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 ‘블랙버드’ ‘엘리너 리그비’ ‘오블라디 오블라다’ 같은 비틀스 명곡이 40곡 중 절반 이상. 비가 오는 가운데 밴드 연주의 거대한 음량에 맞춰 무대 위로 화염과 불꽃이 폭발한 ‘리브 앤드 렛 다이’(영화 ‘007 죽느냐 사느냐’ 주제가)는 하이라이트였다.

공연 초반 “오눌 한국말 해보겠숨니다!”고 한 매카트니는 자주 “고우뫄워요” “대박” “조와요?”로 분위기를 띄웠다. ‘마이 밸런타인’ 전엔 “오눌 날씨를 위한 곡임미다” ‘히어 투데이’ 전엔 “다움운 존(레넌)을 위한 곡임미다”라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곡 소개를 했다. 무대 연출과 곡 구성은 기자가 2013년 일본 오사카에서 관람한 공연과 거의 비슷했다. 비틀스 명곡 ‘올 마이 러빙’과 ‘겟 백’이 빠진 것은 아쉬웠다.

새로운 건 객석이었다. 4만 관객은 ‘헤이 주드’의 ‘나나나나나나나∼’ 제창 때 ‘NA’라 쓰인 종이를,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 때는 하트가 그려진 종이를 머리 위로 들었고, ‘렛 잇 비’ 때는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들어 객석을 별밭으로 만들었다. 매카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 어렵다는 듯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고 객석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그렸다. 첫 번째 앙코르 때 매카트니는 태극기를 들고 나와 흔들었다. 객석 이벤트는 한국 비틀스 팬클럽이 아이디어를 내고 종이를 제작해 객석에 배포해 이뤄졌다.

2013년 일본 도쿄돔 공연을 본 팝칼럼니스트 박현준 씨는 “무대는 같았지만 한국 관객 특유의 뜨거운 호응이 공연을 더 빛나게 했다”면서 “일본 객석은 연령대가 높은 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젊은 관객이 많았던 것도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양한욱 군(17)은 “‘개그콘서트’의 ‘렛 잇 비’ 때문만이 아니라 친구들 중 비틀스 팬이 많다”고 했다.

매카트니는 공연에 앞서 이날 낮 약 100만 원의 입장료를 지불한 230명의 VIP 앞에서 1시간 동안 리허설 공연을 했다. 본공연에서는 연주하지 않은 ‘갓 투 겟 유 인투 마이 라이프’ ‘시 문’ ‘호프 오브 딜리버런스’ ‘블루버드’ 같은 곡을 그는 메인 콘서트만큼의 열정으로 노래했다.

매카트니는 잠을 거의 자지 않고 3일 새벽 전세기를 타고 출국했다. 뒤풀이는 강남의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스태프들과 와인을 마시는 걸로 대신했다. ‘건배사’는 한국어였다. “한국, 조우와요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비틀스#폴 매카트니#내한공연#예스터데이#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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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5-05-04 08:10:17

    연주 초반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나, 비싼 입장료를 훨씬 넘어선 감동의 무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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