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통해 장애인과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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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최고지도자들, 무료 강연으로 사회변화 꿈꿔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오른쪽)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 강연에서 발달장애인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오른쪽)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 강연에서 발달장애인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제가 서울동부지법 판사로 임용됐을 때를 즈음해 아이에게 자폐성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좌절만 할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60)이 이런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날 강연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장총)과 복지TV가 미국의 비영리재단이 운영하는 글로벌 지식강연인 ‘TED’ 형식을 본떠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마련했다. 장총은 장애인 관련 단체 최고지도자들이 주요 이슈를 공유하기 위해 2007년부터 열던 ‘장애인최고지도자포럼’을 새로운 형식의 강연으로 바꿨다. 장애인 관련 단체 인사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애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이를 통해 작은 변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다.

김 회장은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1998년 교환교수로 미국에 갔을 때를 설명했다. 학교에는 장애아동이 소수에 불과했지만 아들(당시 15세)에게 별도 보조교사를 붙여줬다. 그는 “가장 어렵고 소외된 곳을 강하게 보듬어주는 걸 느꼈다. 나 역시 가장 어렵고 소외된 곳을 우선으로 하자는 슬로건을 사고와 행동의 기준으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한때 김 회장은 자폐성 장애를 앓는 아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에게 끝까지 관심을 갖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니 소통이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상한 행동을 할 때도 끝까지 지켜보면 해결이 됐다. 자폐성 장애는 원인도 모르고 해결책도 없는 마당에, 사랑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회장은 2006년 자폐성 장애아 부모와 전문가 집단, 후원자 등을 모아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무슨 장애인단체 이름에 ‘사랑’을 넣느냐”고 물을 때마다 아들과 관련된 일화를 이야기했다. 그는 각계각층의 노력 끝에 2014년 제정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어렵고 소외된 곳에 충실할 것, 사랑으로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 어려울수록 협력하고 합심할 것’을 강조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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