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좀 더 지혜로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문화 차이도 인생의 하나로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20년 전 소설 ‘영원한 이방인’으로 이민 2세의 소외를 그린 재미작가 이창래 씨(50)는 서리가 내린 자신의 머리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가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아 처녀작 ‘영원한 이방인’(영어제목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을 재출간하고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작가의 삶을 반영하듯 이 작품은 미국 사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정체성 갈등을 겪는 한국인 2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95년 출간 당시 첫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데 이어 ‘펜 헤밍웨이 문학상’ 등 미국 내 주요 문학상들을 휩쓸었다. 20년 전 첫 작품을 다시 꺼내 읽을 때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작가는 “이 작품이 다룬 소외감과 언어의 힘은 데뷔작가가 쓸 만한 소재”라며 “유행을 좇기보다 마음에 계속 울리는 것을 소재로 삼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미국에 거주하며 영어로 소설을 쓰지만 미국인 독자들이 저를 한국인으로 여긴다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며 모국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며칠 전 새벽에 혼자 종로의 순댓국집을 무작정 찾은 일화도 들려줬다. “조그마한 식당에서 택시운전사와 택배기사 아저씨들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치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먼 친척을 조금씩 알아나가는 과정처럼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중견 작가로서 관심의 대상은 비단 한국에만 머물지는 않는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어떤 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네 번째 작품 ‘생존자’와 다섯 번째 작품 ‘만조의 바다 위에서’는 이전 소설에 비해 넓은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소재와 형식으로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한국이 제 작품에서 빠질 순 없죠.”
이 씨는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 연세대 석좌교수에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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