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14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린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관련해 “정직하고 반듯하게 살아나가길 희구(希求·바란다)한다”며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JP는 이날 한때 충청권에서 ‘포스트 JP’로 불렸던 이 전 총리의 검찰 소환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화보집 ‘운정(雲庭) 김종필’ 출판기념회에서였다.
JP는 이 전 총리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치하는 사람은 때로는 편의상 말을 바꿀 수도 있지만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가 자주 말을 바꿔 논란을 키웠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 후 JP가 참석하는 첫 공식행사였다. 기념회에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정계 원로들과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영화배우 이영애 문희, 가수 하춘화 씨도 참석해 JP에게 직접 꽃다발을 건넸다. 행사가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은 방문객 1000여 명으로 북적였다.
JP는 휠체어에 앉은 채 연단에서 떨리는 손으로 준비해온 축사 원고를 읽었다. 그는 “정치의 열매를 국민 여러분께 충분히 돌려드리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면서도 “여러 국면을 지나 오늘의 발전된 조국을 보면서 ‘그래도 역사는 우리 편이야’라는 생각을 해 본다”고 말했다. 40여 년 정치인생을 회고하는 듯 노(老)정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어 그는 “여러분이 열성 어린 선물을 제가 혼자 안고 가기엔 벅찰 정도로 주시고 있다”며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 말을 고쳐 “공수거가 아니라 만수거(滿手去)”라고 말하자 좌중에선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축사가 끝난 뒤에는 입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이 JP의 휠체어를 밀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때 JP에게 인사를 하려는 참석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운정 김종필’은 운정 김종필 기념사업회가 엮은 화보집으로 JP의 정치인생뿐 아니라 그의 예술적 면모, 가족사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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