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때 실명 광고… 민주화 투쟁, 정치 입문
기념사업회, 5주기 추모집 펴내
김영삼(YS)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인권변호사 고 김광일 전 국회의원(사진)의 일생을 조명한 책이 나왔다. 김광일기념사업회는 “김 변호사의 5주기(24일)를 맞아 ‘김광일 신념의 길을 가다’를 펴낸다”고 19일 밝혔다.
김 변호사는 1974년 법관 시절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후 수많은 시국사건 변론을 맡았다. 인권변호사 활동을 같이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YS에게 추천해 정계 입문을 도운 인연도 있다.
그는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당시인 1975년 1월 ‘동아 죽으면 나라 죽고, 동아 살면 나라 산다’라는 10만 원짜리 격려 광고를 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동아일보는 박정희 정권의 탄압으로 7개월간 광고란이 빈 채로 신문을 내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익명으로 ‘쪽광고’를 내며 동아일보를 응원하는 가운데 김 변호사는 ‘부산지방변호사회 변호사 김광일’이라는 실명으로 광고를 내는 용기를 보였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아픈 현실을 그린 소설을 다수 집필했던 요산(樂山) 김정한은 “이만한 광고를 할라면 몇십만 원은 들었을 끼다”라며 ‘멋진 놈’이라고 회고했다는 내용도 책에 담겼다.
1987년 부산지역에서 박종철 군 추도집회 등 민주화항쟁을 이끌었던 그는 1988년에는 13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 책에는 김 변호사의 학창 시절부터 진주교도소 김대중(DJ) 접견 투쟁,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등 유신시대 인권변호사로서의 활동을 다양하게 수록하고 있다. “정치도 민주화운동의 일환”이라며 정치계에 뛰어든 뒤 1인 보스정치의 폐해를 절감하며 좌절했던 순간도 생생하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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