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철도성보다 높은 상층부에서 남북 철도 연결에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반도 통일 전이라도 한반도종단철도(TKR)가 가동될 수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 사장(사진)은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렇게 말했다.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서울 사장단 회의 참석차 방한한 그는 미국 CNN 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후계자 중 한 명으로 거론하고 있는 인물이다.
야쿠닌 사장은 남북 간 철도 연결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는 이미 한반도종단철도의 경로까지 합의했다”며 “북한 나진항을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한국으로 내려오는 라인을 하나의 경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이미 연결돼 있는 나진을 출발해 함경북도 청진∼함흥∼강원 원산을 거쳐 강원도의 고성∼강릉∼경북 포항∼부산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종단철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한과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것이다. 현재는 시베리아에서 채굴한 러시아산 석탄을 포항으로 들여오려면 철도로 북한의 나진항까지 운반한 뒤 배로 옮겨 실어야 한다. 러시아는 항만 환적을 피하기 위해 하산-나진 철도를 한국까지 잇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야쿠닌 사장은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경원선 복원 사업(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에 대해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는 경원선도 한반도종단철도의 일부”라며 “북한과 협의할 때 이 사업 계획을 전달할 것이고 긍정적 답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 달 2∼5일 몽골에서 열리는 OSJD 장관 회의에서 한국의 OSJD 정회원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야쿠닌 사장은 “지금은 북한이 안건 상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의 OSJD 가입은 시간 문제다. 러시아는 한국의 가입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롯데호텔에서 프로젝트 참여를 타진 중인 한국 컨소시엄의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과 잇따라 면담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4월 러시아 측에 사업성 개선을 위한 제안을 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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