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해 낸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원동력은 시대정신을 읽어 낸 국민의 현명함, 위기 때마다 하나가 된 공동체 의식이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이 우리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정리해 봤다.”
최근 ‘국민이 만든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펴낸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76·사진)은 3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긍심 없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전 수석은 이어 “일부 세력이 대한민국을 마치 태어나서는 안 되는 나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4년을 정치 현장에서, 이후 10년 이상을 정치학자로서 한국 정치를 지켜본 이 전 수석이 이 책을 탈고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혈죽(血竹·핏대) 수석’으로 불릴 정도의 다혈질이었으나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둬 왔다.
이 전 수석은 “정치 엘리트들이나 관료들은 자기들이 잘나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됐다는 착각을 하는데 국민의 협조나 능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맹률이 75%이던 1948년 첫 총선을 치른 뒤 12년 만에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4·19혁명을 한 국민,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 낸 1987년 6월 항쟁, 13대 총선(1988년) 때 여소야대를 만들어 노태우 대통령이 전횡할 수 없도록 한 선택 등을 꼽았다.
이 전 수석은 현재 우리 정치에 대해 “국민에게 탄핵을 받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최근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회가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에 불과했다”며 “이는 혁명적인 상황이며 국회가 존립할 수 있는 근거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대통령이 임기 중 비전을 실현하려면 국민에 대한 설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을 계도 대상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협력과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총의를 모아 내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특히 야당에 대해선 맞서기보다는 포용하고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이 보기에 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야당일지라도 국가의 대계를 실현하기 위해 동반자적 관점에서 같이 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 전 수석은 “결국 대한민국의 국민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항상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정리했다. 대한민국을 위대하게 만든 순간에는 분열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엄청난 응집력이 있었다는 것. “위대한 국민을 신명 나게 하는 정치를 보고 싶은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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