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감독과 기업 경영자는 사람 관리 솔선수범, 비전 제시 등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한때 최고 명장(名將)으로 코트를 주름잡던 그는 요즘 사장 직함으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대학농구 연세대를 국내 최강으로 이끈 뒤 프로농구 모비스, 전자랜드 감독 등을 맡았던 최희암 고려용접봉 사장(60)이다.
최 사장은 농구팀을 운영하던 전자랜드의 자매회사인 고려용접봉 홍민철 회장의 권유로 중국 다롄의 중국 지사장이 돼 5년 동안 일하다 지난해 귀국 후 부사장을 거쳐 연말에 이 회사 사장으로 부임했다. 연 매출 2500억 원에 직원 360명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 사장은 “감독 시절 방문 경기를 하러 가던 경남 창원시(프로농구 LG 연고지)에 영업본부가 있어 요즘은 늘 여기서 생활하고 있다. 건설 현장, 조선소, 자동차 공장 등 쇠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영업 일선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등 500개의 거래처를 관리하고 새로운 영업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도 그의 주된 업무다.
중국 법인 시절 연간 매출을 50% 넘게 늘리며 2년 연속 300억 원을 넘기는 수완을 발휘했던 최 사장은 “중국에서 농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데 내가 감독 출신이라고 했더니 거래처와 관계를 맺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웃었다. 최 사장은 “중국보다 본사의 규모가 10배에 이르러 책임감이 더 커졌다. 농구 감독이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듯 경영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했다.
아마추어 농구 현대 창단 멤버였던 그는 은퇴 후 현대건설에 입사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1년 넘게 근무했다. 최 사장은 “(당시) 무장 강도를 만나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다. 다양한 경험이 인생의 자양분이 됐다. 운동선수들은 대개 독불장군이 되기 쉽고 주변을 잘 헤아리지 못해 은퇴 후 고생하기 쉽다. 수업에 참여해 사람을 사귀고 동료 선후배들을 알아 두는 일은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꾸준히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는 최 감독 밑에서 코치를 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을 비롯해 사제의 인연이 있는 유도훈(전자랜드) 문경은(SK) 이상민(삼성) 조동현 감독(kt)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현역 감독 10명 가운데 최 사장의 제자가 절반이나 된다. 5명의 제자 감독은 모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지도자로 철저한 역할 분담과 무한 경쟁을 강조했던 최 사장을 꼽는다. 최 사장은 “재학이는 꼼꼼하고 카리스마까지 갖췄다. 도훈이는 늘 가장 먼저 일어나는 노력파였다. 경은이는 응용 능력이 뛰어났고, 상민이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동현이는 근성이 대단했다. 잘 성장해 줘 흐뭇하기도 하지만 감독은 챙길 것도 많고 스트레스가 심한데 걱정이 앞선다. 시즌이 되면 경기장에도 가끔 나가 봐야겠다”고 했다. 어느새 최 사장의 시선은 마음의 고향인 농구장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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