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아∼”… 결승선 통과 “와∼”… 울고웃은 로봇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03시 00분


서울대 ‘자동로봇 챌린지’ 대회

19일 서울대 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에서 열린 자동로봇 내비게이션 챌린지 대회에서 안찬호 씨(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4학년·왼쪽)와 임병남 씨(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4학년)가 경기 시작 전에 로봇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9일 서울대 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에서 열린 자동로봇 내비게이션 챌린지 대회에서 안찬호 씨(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4학년·왼쪽)와 임병남 씨(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4학년)가 경기 시작 전에 로봇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꿈쩍도 하지 않는 로봇을 보며 ‘비타500’팀의 유휘연 씨(22·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4학년)는 마른침을 삼켰다. 주어진 시간 15분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자동차 모양의 로봇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m 트랙을 이동하면서 로봇은 때론 장애물과 충돌하고 뒷걸음을 치기도 해 학생들을 당황케 했다. 1분 46초가 지나 결승선을 통과하자 교수, 경쟁 팀 모두 환호했다.

19일 서울대 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에서 열린 ‘자동로봇 내비게이션 챌린지’ 대회 현장. 이번 학기 ‘지능시스템개론’ 과목을 지도한 오성회 전기·정보공학부 교수(42)가 기말고사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경로 계획 프로그램을 로봇에 적용해 겨루는 무대를 마련했다. 오 교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유학 시절 경험한 수업 방식을 살려 대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생들이 선보인 경로 계획 프로그램은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무인 항법 기술의 기초다. 과거 로봇 프로그램이 일정 동작을 되풀이하도록 지시했다면 최근의 로봇 프로그램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핵심이다.

학생들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만 경험하고 실제 로봇을 움직이는 건 처음이었던 만큼 예기치 못한 상황이 속출했다. 한 로봇은 경연 시작 이후에도 전진하지 못하고 제자리만 뱅뱅 돌아 관객까지 애를 태웠다. 경연장 곳곳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새나왔고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 팀도 나왔다. 오 교수는 “이론과 실전의 차이를 학생들이 체감하도록 이 자리를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재난구조 로봇 올림픽에서 오준호 KAIST 교수팀이 우승했다는 소식은 차세대 연구개발의 주역이 될 공학도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고 한다. 이창현 씨(22·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4학년)는 “과내 연구 동아리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연구하자는 이야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날 5시간 넘게 이어진 경연에서는 WALL-E(월이)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WALL-E팀의 로봇은 총 2차 시도에서 100초 안에 경로를 통과해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팀의 이제욱 씨(22)는 “로봇 분야 연구원이 꿈인데 오늘 경험이 짜릿한 기억이 될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서울대#자동로봇 챌린지#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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