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도산 안창호 선생 장녀 안수산 여사 100세로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美해군 입대… 아버지의 항일정신 이어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 안수산 여사(사진)가 24일(한국 시간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0세.

고인은 도산 선생의 미국 망명 시절인 1915년에 태어났다. 수산(繡山)은 수놓은 산이라는 뜻이다. 고인은 11세 때인 1926년 도산 선생이 독립운동 단체 통합을 위해 중국 상하이로 떠나면서 아버지와 이별했다. 고인은 주변에 “아버지가 떠나며 미국에서 잘살더라도 한국 정신을 잊지 말라고 한 가르침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여사는 어린 시절 도산 선생과 집 인근의 윌슨 산에 소풍 갔던 추억을 자주 얘기했다고 한다. 도산 선생과 훗날 흥사단 이사장을 지낸 장리욱 박사가 애국가를 부르며 슬프게 울던 기억이 가장 깊이 남아 있었다는 것.

고인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1942년 일본에 맞섰던 아버지의 싸움을 이어가기 위해 미 해군에 입대했다”고 주변에 말했다. 해군 소위로 임관한 고인은 동양계 여성 최초로 해군 비행사들에게 공중전 전략을 가르치는 포격술 장교가 됐다.

미 해군 통신본부에서 일본군 암호 해독가로도 활동한 고인은 전쟁이 끝난 뒤 미국 국가안보국(NSA) 비밀정보 분석가로 활동하며 약 300명의 옛 소련 전문가들을 지휘했다.

1985년 도산 선생의 유품 2500점을 독립기념관에 무상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고인은 평생의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의 아시아인권 시민단체가 주는 ‘아메리칸 커리지 어워드’(2006년), 로스앤젤레스에 본부가 있는 이경원리더십센터의 종신업적상(2011년)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정부는 올해 도산 선생의 기일인 3월 10일을 ‘안수산의 날’로 선포했다. 지난해 고인을 인터뷰한 지역 언론은 고인을 “몸집은 작지만 강단 있는 영웅”이라고 평했다.

100세의 나이에도 활동적이었던 고인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에도 한 행사에서 연설을 했다. 24일 점심 식사 후 “피곤해 잠깐 자겠다”고 말한 것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고인의 어머니 이혜련 여사(1969년 작고)의 마지막도 고인과 비슷했다고 한다. 유족은 개인사업가인 아들 필립 안 커디 씨, 변호사인 딸 크리스틴 커디 씨이며 발인은 27일.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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