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란 사람들(직원들)이 무엇을 하라고 지시받지 않아도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문화는 결국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승진하고, 더 많은 연봉을 받고, 해고되는지와 전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 회사 ‘스톰벤처스’를 창업해 운영하는 남태희 대표(53·사진)는 28일 수많은 기업문화를 관찰한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의 일요판 최고경영자(CEO) 인터뷰 고정물인 ‘코너 오피스(최고위 임원의 방)’에서 “진정한 기업문화는 승진, 보상, 해고를 통해 규정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리 회사에서 누가 성공하느냐’가 ‘회사가 어떤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지’에 대한 본보기를 형성하고, 그것이 곧 기업문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EO가 회사 비전 선언문 등을 통해 ‘우리 문화는 이런 것’이라고 공식 발표할 수 있는데 그것이 승진 보상 해고에 기반을 둔 ‘비공식적 문화’와 일치하면 최고의 문화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혼란에 빠진다”고 말했다. 정직과 청렴을 강조했는데도 부도덕한 직원이 출세하거나, 혁신과 창의력을 내세웠는데도 상사 말만 좇는 이른바 ‘예스맨’이 승진하면 직원들이 ‘무엇이 진짜 기업문화인지’에 대해 혼돈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CEO의 자질에 대해 “직원들이 ‘저 사람을 따라가면 약속의 땅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만드는 (성경의) 모세 같으면서도, (천동설을 의심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처럼 믿음과 진실을 구분하려는 회의론자의 특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는 강한 신념과 열정이 있어야 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땐 그런 신념과 이른바 ‘불편한 진실’을 구분해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남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5세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고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뒤 시카고대 로스쿨을 졸업한 독특한 이력의 변호사다. 그는 “의사인 아버지와 형으로부터 ‘너도 의사가 돼라’는 강한 압력을 받았지만 난 다르게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엄격한 한국식 교육을 소개하면서 “어릴 때 99점을 맞으면 어머니가 ‘왜 100점 만점을 못 받았니?’라고 하시고, 100점을 맞으면 ‘다음에도 또 100점 받을 수 있지’라고 묻곤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다른 한국인 친구들도 비슷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는 걸 알고 ‘이런 부모 교육(열)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나름의 방식일 뿐’이란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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