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중인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축구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흥세 감독(59·사진)은 “스포츠 외교 차원에서 한국이 남수단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강원 춘천에서 개막하는 춘천국제태권도대회 출전 남수단 선수단 단장으로 입국한 임 감독은 “남수단은 인구의 80%가 18세 미만이다. 에이즈와 내전으로 부모들이 대부분 죽었다. 이런 어린이들에게 꿈을 전할 수 있는 게 스포츠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서울 성수중 감독으로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을, 광희중 감독으로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각각 지도했다. 2007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9년째 축구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임 감독은 지난해 1월부터는 남수단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양국을 오가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수단에서 독립했지만 내전에 휩싸여 고통받는 남수단에서는 ‘스포츠를 통한 희망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임 감독은 남수단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시키기 위해 지난해 초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을 찾아 도움을 받기도 했다. IOC에 가입하기 위해선 5개 이상의 종목이 국제연맹에 등록돼야 하는데 당시 남수단은 축구와 태권도만 국제연맹에 가입된 상태였다. 이에리사 의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도움으로 남수단은 탁구와 농구, 배구, 복싱 등에 가입해 지난해 IOC 회원국이 됐다. 남수단 정부의 신임을 얻은 임 감독이 남수단 올림픽위원회 창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한 결과였다. 남수단은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처음으로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
임 감독은 “우리나라가 6·25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설 때 마라톤과 축구, 복싱, 레슬링 등이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전해 줬듯 남수단에도 스포츠를 통한 희망 찾기가 필요하다. 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스포츠 인재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원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데 스포츠 외교로 아프리카 국가를 친구로 만들면 효과적이다. 아프리카는 가난한 나라가 많지만 천연자원은 아주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일본과 중국은 아프리카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대표까지 하고 일을 찾지 못한 스포츠인이 많다.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스포츠 외교관으로 파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남수단 반군 군인이 대부분 7∼17세의 소년병인 점을 감안해 그들에게 꿈을 전해 주기 위해 축구공 1만3000개 보내기 운동도 하고 있다. 총을 버리고 공을 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포함한 여러 단체의 지원을 받아 2억 원 상당의 스포츠 용품을 남수단에 공급했다. 남아공에 52개의 어린이 축구단을 만들어 2만여 명의 어린이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선사했듯 남수단에서도 톤즈에 30개의 축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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