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학생들도 영어 집중공부… 캠퍼스 커플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3시 00분


[준비해야 하나 된다]
이병무 평양과기대 학장-한국대학생 ‘유라시아 친선특급’ 객실 좌담

21일 유라시아 친선특급에서 만난 이병무 평양과학기술대 치과대학 설립학장(왼쪽)과 외교관을 꿈꾸는 대학생 전소현 씨. 노보시비르스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1일 유라시아 친선특급에서 만난 이병무 평양과학기술대 치과대학 설립학장(왼쪽)과 외교관을 꿈꾸는 대학생 전소현 씨. 노보시비르스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남과 북이 갈라진 뒤 70년이 흐르는 동안 남북한 대학생 간의 심리적 거리감도 커졌다. 통일을 위해선 남북 간 유대감 회복이 시급하다. 이병무 평양과학기술대 치과대학 설립학장(66)도 이런 뜻에 공감했다. 이 학장은 21일 ‘유라시아 친선특급’ 객실에서 외교관을 꿈꾸는 한국 대학생 전소현 씨(22·고려대·여)와 대화를 했다.

“한국 학생들이 북한, 그리고 통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나요?”(이 학장)

“궁금한 건 많지만 (북한에 관한) 막연한 정보만 접하기 때문에 해소가 되지 않았어요. 특히 통일은 정치적 개념이 강해 선뜻 대화하기 힘들죠.”(전 씨)

“같은 동포지만 서로 어떻게 사는지를 잘 모르니까….”(이 학장)

한국 학생들은 영어 공부에 매달린다. 토익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평양과기대 학생들도 집중적으로 영어 공부를 한다.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1학년 때 원어민 선생님께 영어를 배운다”며 “영어에 능통해야 외국과 관계된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중국어 수업까지 받아 ‘3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했다. 러시아어와 영어에 능통한 전 씨는 “여러 나라 언어를 할 줄 알면 장점이 많다. 세계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쉽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씨는 “북한 학생들도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 학장은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가긴 하지만 모두 가지는 못한다. 학기 중에는 (학업 때문에) 바빠 여행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의 방학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8월 한 달 정도여서 북한 학생들은 고향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전 씨는 “북한의 방학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면서도 “북한 학생들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 학장은 “북한 대학생들에게는 ‘끈끈함’이 있다”고 했다. 입원한 동료 학생에게 수시로 병문안을 가고 담당 의사에게 사과 등을 건네며 답례를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 학장은 “북한 대학생들도 졸업식 때 눈물을 흘리고, 기쁠 때는 웃을 줄 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 씨는 “미디어를 통해 접한 북한 학생의 모습은 딱딱한 ‘로봇’ 같았는데 오해가 풀렸다”고 했다.

전 씨가 “북한에도 ‘캠퍼스 커플(연인)’이 있느냐”고 묻자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에는 올해 처음 여학생이 입학했다. 교내 영어웅변대회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우리는 왜 여학생이 없는가’였다”며 웃었다. 북한 학생들 역시 남한처럼 ‘불타는 청춘’의 마음은 같다는 얘기다.

전 씨는 “북한 대학생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전 씨에게 “외교관을 꿈꾸는 만큼 북한을 잊지 말고 (남북의 화합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학장은 9월부터 평양과기대 치과대학원에서 치의학 영어수업을 진행한다.

노보시비르스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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