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고대 백제’를 언급하며 백제로부터 건너온 한반도 도래인들에 대한 감사 표시와 함께 “내 피에도 대륙의 피가 흐를지 모른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아키에 여사는 여성 패션지 ‘골드(GOLD)’ 5월호에 실린 재일(在日) 한국 학자 강상중 도쿄대 교수와 한 대담 기사에서 “옛날에는 많은 분이 대륙에서 일본으로 와 많은 문화를 가져와 주셔서 그게 일본에서 성숙해 온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 피에도 거슬러 올라가면 대륙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한일 모두 형제 같은 존재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나라가 나뉘어 있다지만 서로 으르렁거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백제에서 일본으로 온 장인들이 없었다면 나라(奈良·일본의 옛 도읍지)에 그만큼 많은 건축물을 만들 수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도공들이 건너와 400년 이상 도기를 굽고 있으니 우리들은 은혜를 받게 된 것인지 모른다.”
아키에 여사는 또 강 교수가 “나는 정치적으로 아베 총리와 매우 대극적(對極的)”이라고 하자 “나도 가정 내 야당으로 불릴 정도”라는 말로 화답하기도 했다.
아키에 여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친한(親韓)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페이스북에 ‘27일 저녁 지난번 대담한 강상중 님과 UZU(자신이 경영하는 선술집 이름·우주, 소용돌이라는 뜻)에서 식사. 일한 관계 등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들었습니다’라는 내용의 짧은 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여사는 이날 구체적으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기자가 강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요청하자 강 교수는 ‘사적인 만남이어서 다 공개할 순 없지만 한일 관계의 불신과 불화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대화였다. 대담 기사가 나오고 난 후 선술집에서 편집자 몇 명이 동석한 가운데 아키에 여사와 함께 유기농 요리에 술을 곁들이며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저녁 값으로는 일행들이 각자 1인당 1만 엔(약 9만5000원)씩 냈다고 한다.
여사의 페이스북에는 ‘대화가 중요하다. 함께 한솥밥을 먹는 게 중요하다’는 격려 글도 있었지만 ‘가정 내 야당은 가정 내에 머물기 바란다. 한류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요리를 즐기는 것도 마음대로 하면 된다. 다만 남편의 입장이나 일을 생각하면 상대할 인간도 저절로 가려질 것이다’ ‘남편의 발, 더 나아가 일본국 총리의 발목을 잡는 아내, 한심하다’ 등의 인신공격성 댓글도 적지 않았다.
아키에 여사는 2012년 10월 경매에서 구입한 3층 건물을 개조해 선술집을 열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아내에게 ‘일하는 중 술을 마시지 말 것’과 ‘1년 내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달아 허락했고 개업 2개월 후 아베 총리는 96대 일본 총리에 올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