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1층 ‘생명사다리’ 상담센터에서 월가 스님(왼쪽)과 보만 스님이 29일 자살예방 상담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80세 정도 된 어르신이 ‘서신을 교환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지난달에 편지 한 통을 보내 드렸는데 오늘 ‘잘 받아 봤다’고 연락이 왔네요.”(월가 스님·33)
“스님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산속만이 아닙니다. 힘들고 고민하는 분들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보만 스님·32)
29일 국회 ‘생명사다리’ 상담센터에서 만난 두 스님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낀 채 이렇게 말했다. 동국대 불교학과 동기인 이들은 2년 전부터 이곳에서 한 달에 하루 3시간씩 자살예방 상담사로 활동한다.
상담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은 주로 경제난이나 생활고를 호소하는 50, 60대 남성이 많다고 한다. 두 스님은 이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있을까. 월가 스님은 “상담할 때 나온 이야기들을 잘 메모했다가 위안이 될 만한 답장을 보내준다”며 “편지를 받은 뒤에는 (상담자가) 마음을 헤아려 준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상담사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래도 어떻게 알았는지 스님이 상담하는 요일과 시간을 기억했다가 꼬박꼬박 전화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보만 스님이 자살예방 상담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해군 군종장교로 복무하던 2010년 경기 평택시 제2함대사령부 법당 주지를 맡으며 천안함 폭침 사건의 유가족들과 만나면서부터다.
“(세상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상담을 한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고민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자살예방상담센터로) 전화한 분들은 실은 용기 있는 분들이에요. 결국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니까요.”
두 스님은 모두 경북 상주시의 도각사에 몸담고 있다. 오가는 데만 6시간이나 걸리지만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생명사다리 상담센터는 자살예방 관련 자격증 소지자 17명, 위기상담 경력자 15명 등 총 34명의 상담사가 교대로 무료상담(오전 9시∼오후 6시)을 하고 있다. 080-788-0479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