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친선특급 바르샤바 도착… 양국 외교관 게토 봉기 기념비 헌화
윤병세 “獨, 역사직시-고통치유 노력”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30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유라시아 친선특급 일행과 함께 유대인 추모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바르샤바=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유라시아 친선특급에는 독일과 폴란드 출신 외교관 2명이 함께 탑승했다. 독일 출신 얀 야노프스키 주북한 독일대사관 서기관과 폴란드 출신 마르타 프셰스카 주한 유럽대표부 서기관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친선특급에 동행하며 화합의 장면을 연출했다.
친선특급 단원들은 30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게토 봉기 기념비에 나란히 헌화하고 유대인역사박물관도 방문했다.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한 게토 봉기 기념비는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무릎을 꿇고 앉아 독일의 과거 만행을 사죄하는 모습을 연출해 전 세계에 감동을 주었던 현장이다. 야노프스키 서기관은 “과거사 사죄는 피해자가 만족했을 때 진정한 사죄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만족하지 않는 사죄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전체 인구의 16%인 560만 명이 희생됐고 이 중 유대계가 300만 명이나 학살됐다. 그럼에도 화해가 가능한 것은 독일이 보여준 마음을 움직이는 사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폴-독(서독)은 1972년 국교 정상화, 1991년 폴-독(통독) 우호선린조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유대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폴-독 화해 경험 공유 세미나’에서 “독일 베를린쇠네바이데 나치 강제수용소 문서센터에서 1200만 강제노동 피해자의 고통을 기록한 것을 보고 과거사 직시와 피해자 고통을 치유하려는 노력을 보았다”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일본은 7월 강제징용 관련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한국인 등에 대한 강제징용 사실을 감추기 위해 등재 시기를 조절하는 등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장관은 “독일의 진정한 사과와 폴란드의 포용이 동북아에서도 가능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쿱타 테일러 바르샤바대 박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와 독일은 천주교라는 종교적 배경이 같고 비신스키 추기경 같은 종교인들이 적극적인 화해를 주도했다”며 “동북아에는 이 같은 문화적 공감대가 없고 경제가 나빠질 때면 역사 수정주의가 나오기 마련이어서 폴-독과 같은 과거사 화해는 쉽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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