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국회파행 논리로 막은 ‘협상의 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3시 00분


새정치聯 박상천 상임고문

새정치민주연합 박상천 상임고문(사진)이 4일 오전 혈액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전남 고흥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61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일을 시작했다.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 발탁돼 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4, 15, 16,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8년에는 DJ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 대표, 2008년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맡았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를 은퇴했다.

고인은 지금의 원내대표 격인 원내총무를 세 차례나 맡으며 ‘협상의 달인’으로 불렸다. 2011년 출간한 한 저서에서 “세 차례 원내총무를 지내면서 한 번도 국회 파행을 빚은 적이 없다”며 “협상 대표가 당 대표와 의논 없이 합의를 해서는 안 되지만 일단 합의를 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고인의 별명은 ‘첫째 둘째 셋째’로 통했다. 논리적인 화법을 중시해 ‘첫째, 둘째, 셋째…’ 식으로 말하기를 즐겼기 때문이다. DJ가 정권 초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아들 현철 씨를 사면하려 했을 때 고인이 사면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들어 무산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고인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50년 지기(知己)다. 서울법대 동기(57학번)인 두 사람은 사법고시(13회), 정계 입문(13대 국회) 동기이면서도 여야 대변인 ‘맞수’로 활약했다. 박 전 의장은 과거 “마누라만 빼고 우리는 똑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연가였던 고인은 DJ 앞에서 담배를 피운 유일한 인물로 통했다. 또 국회의원 시절 “의정활동이 바쁘더라도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는 꼭 보고 잔다”고 말할 정도의 야구광이었다. 고인은 2008년 한 인터뷰에서 “야구는 비슷한 실력의 두 팀이 붙으면 감독이 유능한 팀이 이긴다. 그것을 보면 우리 정치계에서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느낀다”고 했다.

이날 고인의 빈소에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박지원 의원 등 야권 인사들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도 조문을 했다. 문 대표는 “고인은 우리 당에서 대변인, 원내총무, 당 대표, 정책위의장을 다 역임하신 우리 당의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분”이라며 “민주 정부 출범에 기여를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금자 씨와 아들 태희 씨(SK텔레콤 매니저), 딸 유선(SBS PD) 민선 씨(제일모직 과장), 사위 김욱준(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법무협력관 파견) 김용철 씨(서울대병원 의사)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6일 오전 6시 40분. 02-2258-5940

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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