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 있는 일본인들 사이에선 피폭 7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 결국 제국주의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30년간 한국인 피폭자들을 도와온 히라노 노부토(平野信人·69·사진) 평화활동지원센터 소장은 4일 히로시마(廣島)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자는 그 순간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 전시돼 있는 낡은 손목시계가 떠올랐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진 8월 6일 오전 8시 15분에 영원히 멈춘 시계. 그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간다는 영화적 상상을 하자 살짝 소름이 돌았다.
히라노 소장은 그 역사의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온 인물이다. 그는 1945년 8월 9일 두 번째 원폭이 떨어진 나가사키(長崎)에서 피폭된 어머니에게서 1년 뒤 태어난 원폭 피해 2세다. 집에서 피폭당한 어머니는 평생 다리를 절게 됐지만 두 달 뒤 중국전선에 파병됐다 돌아온 아버지와 해후하며 그를 낳게 됐다.
태아 상태에서 피폭된 경우도 1세대로 규정하지만 히라노 소장처럼 그 후에 잉태된 2세들에겐 별도의 의료혜택이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직한 히라노 소장은 다행히 지금까지 건강에 이상이 없지만 올해 96세가 된 모친은 피폭 후유증으로 20년 전부터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올해로 피폭 70주년을 맞게 된 모친은 아들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자신처럼 피폭의 아픔을 겪은 한국인들을 방치해 둔 일본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반평생을 한국인 피폭자를 돕는 데 전력투구한 아들에게 감동해서였다.
“피폭 후 6개월 안에 히로시마에서 14만 명, 나가사키에서 7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중 한국인은 히로시마에서 2만 명, 나가사키에서 1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피폭된 분은 40만 명이 넘습니다. 한국인 피폭자는 그중 10%인 4만 명은 될 터인데 등록된 분은 2500여 명에 불과합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거나 지금까지 말 못하시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소리지요.”
160cm 안팎의 단신인 히라노 소장은 한국인 피폭자들이 일본 정부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강단 넘치는 추진력을 보여 왔다. 그동안 450차례 이상 방한했다는 그의 수첩엔 일본 전역에서 진행 중인 한국인 피폭자의 소송 일정이 가득했다.
일본 한국 필리핀 고교생 12명을 이끌고 6일 치러진 히로시마 세계평화기념식전 참석차 히로시마를 찾은 그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맨땅에 바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1970년 재일교포들이 세운 위령비가 1999년 평화기념공원 안으로 옮겨졌는데 나가사키의 한국인 위령비는 아직도 평화기념공원 밖에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국에선 대부분의 일본인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은 일본인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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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7 05:09:15
원폭 피해자들에 고통을 아셨나요 그 고통에서 살아온자 지켜보아온자만이 압니다 거의다 돌아 가셨지만 그들에게 누가 그런 고통으로 살다가 죽게 하였는지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
2015-08-07 13:58:41
왜국정부는 원폭피해자가 한국인이라고 치료헤택도없이 그냥 방치햇다고? 역시 천하에 "악"의 종자들이군.
2015-08-07 10:12:43
한국이 일본을 추월 할아면, 통일 한국의 인구가 9천만명 되야 됩니다. 출생률을 긴급하게 늘려야 됩니다. 출생률이 낮으면, 노인인구 만 늘어납니다. 이 메세지 모든 한국인들 한테 전파 해주세요! KOREA MUST CHANGE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