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타향살이… 인민군 포로 ‘61년만의 귀향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휴전후 중립국행 택한 김명복씨, 북녘 고향 못가고 판문점서 눈물
조경덕 영화감독 다큐로 여정 담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구세주 그리스도상 앞에 선 김명복 씨(오른쪽)와 강회동 목사. 이들은 중립국행을 택한 인민군 포로 출신이다. 영화사 아침해놀이 제공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구세주 그리스도상 앞에 선 김명복 씨(오른쪽)와 강회동 목사. 이들은 중립국행을 택한 인민군 포로 출신이다. 영화사 아침해놀이 제공
“고향을 떠나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웠지만 팔순이 되다 보니 고향 생각이 납니다. 나는 사상이나 이념, 정치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저 농사꾼일 뿐입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복 씨(79)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평안북도 용천이 고향인 그는 인민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됐고 1954년 중립국행을 택해 브라질로 떠났다. 그는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리턴 홈(귀향)’에 출연하면서 60여 년 전의 여정을 되짚는 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5월 브라질을 출발한 뒤 중립국행을 택한 포로들이 약 2년간 머물렀던 인도를 둘러보고 지난달 23일 한국에 도착했다. 이후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그가 포로로 붙잡혔던 경기 양평과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다녔다. 11일 판문점을 끝으로 남한에서의 일정은 끝난다. 그의 마지막 목적지는 고향이 있는 북한. 현재 북한 주재 브라질대사관과 브라질 주재 북한대사관 등을 통해 방문 신청 서신을 보냈지만 회신이 없는 상태다.

오랜 세월이 지나 우리말을 많이 잊은 그였지만 고향에 가고 싶다는 열망만은 또렷했다. “고향에 가면 아버지를 제일 만나고 싶지요. 물론 세상을 떠나셨겠지만…. 누나와 남동생도 있었어요. 주일 새벽이면 어머니가 ‘명복아, 일어나 교회 가자’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영화를 연출한 조경덕 감독은 “당시 중립국행을 택했던 인민군 포로 중 생존해 있는 이는 12명 정도이고, 그중 북한에 가겠다고 나선 분은 김명복 어르신 단 한 명”이라고 말했다.

“전쟁 때문에 내가 고향을 잃었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거제도에서 서울로 기차 타고 오며 생각했습니다. ‘전쟁 없이 통일이 돼 신의주까지 이대로 기차를 타고 가고 싶다….’ 내가 자라난 땅을 꼭 밟고 싶습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