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성염색체는 XX, 남성은 XY로 서로 다릅니다. 이런 차이가 남녀의 신진대사에서 차이를 낳고 당뇨병이나 치매 발병률에서도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하지만 질병 치료제를 개발할 때 과학자들은 실험동물로 대부분 수컷을 씁니다. 엄밀하다는 과학 연구에서 성별 차이가 철저히 간과돼온 셈이죠.”
26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5 아시아태평양 젠더(gender·성·性)서밋’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폴리처 영국 포샤(PORTIA) 소장(사진)은 “방사능 노출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더 취약하다”며 “현재 방사능 안전 기준은 남성을 기준으로 개발된 만큼 영국 브리스틀대는 여성에게 안전한 방사선 촬영법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샤는 영국 여성 과학자들이 연구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 편중 문제를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1997년 설립한 비영리기관. 포샤라는 이름은 거미의 한 종인 포샤에서 딴 것으로 거미가 촘촘히 거미줄을 치듯 네트워크를 다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폴리처 소장은 “‘맨해튼 프로젝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에 참여했던 지도교수의 영향으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게 젠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젠더서밋에서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성별에 따른 연구 결과의 차이를 공유하고 논의한다. 폴리처 소장은 젠더서밋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에 대해 폴리처 소장은 “영국도 여성 총리를 배출한 뒤 남녀의 다름을 인정하고 과학 연구에도 이를 적용하기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면서 “현재 영국 정부는 의학 분야에서 성 편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