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내 첫 여성 소방서장으로 발령이 난 원미숙 강원 횡성소방서장(57·사진)은 “기쁜 마음보다는 부담이 더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1978년 소방 공직에 입문한 원 서장에게는 ‘여성 1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996년 첫 여성 소방위를 시작으로 2008년 소방령, 2014년 소방정(서장급)에 여성 최초로 올랐다. 그동안 숱한 재난 및 화재 현장을 누빈 원 서장이지만 소방관으로서 첫 업무는 화재 현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낮에는 주로 행정 업무를 보고, 밤에는 스피커가 달린 차를 타고 다니며 주민들에게 불조심을 당부하는 ‘홍보’ 일을 했다.
원 서장은 이때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마이크를 잡고 ‘불조심’을 외칠 때 그 차량을 운전하던 이가 바로 원 서장의 남편이자 태백소방서장을 지낸 여윤길 씨(2012년 작고)였다. 이번 인사로 원 서장은 현직은 아니지만 ‘최초의 부부 소방서장’이란 타이틀도 받게 된 셈이다.
원 서장은 원주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중앙소방학교 교육훈련팀장, 강원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장 등을 거쳤다. 2011년 3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중앙119구조단 총괄지원팀장으로 현지에 급파돼 구조 활동을 펼쳤다.
원 서장은 2000년경 강원 원주시 단구동 소방파출소장으로 일할 당시 80대 노모가 신부전증에 걸린 30대 아들의 투석을 위해 버스를 타고 매주 두 차례 병원을 오가던 것을 보고 구급차로 1년가량 도움을 준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소방관으로서는 승승장구했지만 두 자녀에게는 항상 ‘미안한 엄마’였다고 원 서장은 털어놨다. 업무 특성상 보통의 엄마처럼 자녀와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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