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68). 2004년 6월부터 WTF를 이끌고 있는 그는 1년 365일 중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보낸다. WTF가 주최하는 대회뿐 아니라 다른 종목의 국제경기단체(IF)들이 초청한 자리까지 참석하기 위해 연간 20번 넘게 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는 “세월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산다”고 했다.
그런 조 총재에게 요즘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일이 무엇인지 묻자 난민 얘기를 꺼냈다. 10일 서울 종로구 WTF 서울본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조 총재는 “난민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국제 비영리 재단(태권도 휴매니테리언 파운데이션)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WTF) 스위스 로잔본부가 재단 설립 작업을 하고 있다. 늦어도 10월 안에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난민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됐지만 조 총재가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재단 설립을 마음에 둔 건 꽤 오래전이다. 그는 WTF 태권도평화봉사단 활동을 담은 동영상을 보고 난민 어린이들을 떠올렸다. 2008년 만들어진 봉사단은 매년 저개발국 위주로 20여 개국에서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다. 조 총재는 “저개발국 어린이들의 성장 환경도 열악하지만 그보다 훨씬 고달픈 삶을 사는 게 난민이다. 무엇보다 난민 어린이들은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간다. 그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단이 출범하면 WTF는 요르단 난민촌을 첫 활동지로 택해 태권도 사범과 의료봉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이 재단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데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WTF는 태권도 지도와 의료봉사 외에 난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조 총재는 “태권도를 통해 난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스포츠를 통한 국제사회 기여가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이런 활동이 다른 IF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WTF는 분쟁 국가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태권도 친선 경기를 2016년 1월 중립국 스위스에서 여는 것도 추진 중이다. 조 총재는 “이스라엘은 참가 의사를 밝혔다. 친선 경기가 성사되면 앙숙인 두 나라 사이의 관계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총재는 그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요즘 신경을 쏟는 일 중 IOC 위원 선출과 관련된 활동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그게 뭐 내가 신경을 쓴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라며 웃었다. IOC 위원의 총 정원은 115명. 그중 조 총재 같은 IF 수장 몫은 15자리뿐이다. 15자리 중 결원이 있으면 후보지명위원회의 추천과 집행위원회 승인, 총회 찬반 투표를 거쳐 ‘스포츠 외교의 별’ IOC 위원이 된다. 조 총재는 “(IOC 위원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IF 수장 몫으로 현재 다섯 자리가 비어 있어 (선출)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고 했다. 현재 한국인 IOC 위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3)과 문대성 새누리당 국회의원(39) 2명이다. 선수위원인 문 의원은 2016년 8월로 IOC 위원 임기가 끝난다. 차기 IOC 위원 선출은 2016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에 앞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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