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UCLA 교수
“초등생때 단세포 생물에 매료… 아메바 같은 로봇제작 꿈꿔와”
빔 프로젝터 화면 속 투명한 재질의 로봇 손이 삶은 달걀을 쥐고 있다가 떨어뜨렸다.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기계공학과 교수가 달걀을 잡으려는 것처럼 화면 밑으로 달려들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술용이나 조립용으로 쓰이는 고가의 로봇 손과 달리 의수로 사용하기 위해 250달러(약 29만5000원)로 만들어진 로봇 손이었다. 홍 교수는 “처음 연구소 학생들이 어떻게 그 가격으로 만드느냐고 했지만 뭐든 불가능하다는 전제로는 시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했으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주는 ‘젊은 과학자 상’을 받은 과학자다. 전 세계 로봇 연구의 메카인 로멜라(RoMeLa) 연구소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16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인공지능 시대 기술 진화 방향’ 포럼에서 홍 교수는 로봇이 어떻게 인간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강연했다.
홍 교수는 “현재까지 99%의 로봇은 모두 공장 조립용 로봇처럼 평평한 바닥에서 정해진 딱딱한 움직임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우리는 생물학자와 수년간 일하며 재난 구조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구조용으로 개발한 기어 다닐 수 있는 로봇을 소개하며 “초등학교 때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단세포 생물들에 매료돼 아메바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날 350명가량의 청중이 몰린 강당에서 한 초등학생이 손을 들고 “이들 로봇은 모두 전원을 사용하느냐”고 묻자 홍 교수는 “아직까지는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배터리가 얼마 지속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며 “(학생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소에 와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연 말미에 홍 교수는 “오늘 처음 공개할 얘기가 있다”며 “디즈니가 디즈니랜드 옆에 만들고 있는 스타워즈랜드에는 진짜 로봇들과 최첨단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며 “그 일에 참여하게 돼 설렌다”고 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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