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서 효도음악회… 하늘서도 박수 보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천안공원묘원서 음악회 기획
안동범 前 대전국세청장

19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공원묘원 호숫가에서 열린 가족사랑 효음악회에 성묘객들이 출연자들의 공연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다. 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19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공원묘원 호숫가에서 열린 가족사랑 효음악회에 성묘객들이 출연자들의 공연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다. 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일주일가량 앞둔 19일 오전 11시 반.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천안공원묘원에서는 성묘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이색 음악회가 열렸다. 성묘객들이 자연스럽게 음악 소리가 들리는 묘원 호숫가로 몰렸다. 무대에는 ‘2015 천안공원 가족사랑 효 음악회’라고 씌어 있었다. 천안공원묘원 재단이 주최하고 안동범 전 대전국세청장이 총괄 기획한 이번 음악회는 고인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가족애와 효 문화 고취를 위해 준비됐다.

방송인 김혜영 씨의 사회로 가수 현미 현숙 조항조를 비롯해 SBS오케스트라, 소프라노 김형애, 인치엘로 4중창단 등이 출연해 700여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식전 공연은 전통무용가 최영란 교수의 고인을 위로하는 춤사위 ‘기원’이 장식했다.

이번 음악회를 총괄 기획한 안 전 청장은 “삶과 죽음의 경계인 추모공원이 망자만의 공간이 돼선 안 된다”며 “효와 가족애를 주제로 음악회를 열게 돼 무척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작고한 부친을 이곳으로 모시기도 했다는 그는 스스로 색소폰과 트럼펫을 연주할 정도의 음악 애호가다. 대전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 국장을 지낼 당시 천안함 희생 용사와 가족을 위한 추모음악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이번 음악회 역시 그의 오랜 발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된 재원을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알고 지내던 출연자들을 만나 직접 설명하는 등 재능기부를 유도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전국의 추모공원에 미술관과 조각공원을 건립하는 등 추모공원들이 문화의 공간으로 꾸며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며 “이럴 경우 공동묘지를 혐오시하는 이른바 ‘님비 현상’이 해소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공원묘원을 찾은 강모 씨(56·여)는 “공원묘원에서 음악회가 열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곳에 계신 아버님이 평소 음악을 즐기셨는데 무척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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