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읽어주세요. 부모가 어린시절 좋아했던 책이라면 더 좋아요. 아이들이 책을 자기 소유라고 느끼게 하세요. 그러면 책과 친해집니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영국 최대 아동출판사 ‘어스본’의 피터 어스본 회장(78)은 아이에게 책을 권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아시아 최초로 이달 설립되는 어스본 한국지사 설립을 기념해 방한했다. 한국지사는 국내 어린이책 전문출판사 비룡소와 제휴해 내년 70여 종, 2017년 100여 종의 신간을 낼 계획이다.
1973년 설립된 어스본은 42년간 6000여 종의 책을 낸 세계 아동도서 시장의 강자다. 지난해에는 5500만 파운드(약 97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영국 시장을 석권했다. 어스본의 책은 121개국에서 10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서도 ‘부릉부릉 태엽 버스’, ‘집중력 놀이 빅 패드’ 시리즈, ‘신나는 점 잇기’ 같은 책이 번역 출간됐다.
어스본 회장은 영국에서조차 아동 출판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언급했다. “파티에서 아동도서를 만든다고 소개하면 ‘게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아동 출판은 여성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아동도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창의력이 필요한, 한계비용이 적게 드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그는 어린이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스본 설립 전 영국에서는 평론가가 반기는 고급 동화나 한 번 색칠하고 버리는 질 낮은 컬러링북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그는 ‘7세 마음으로 손을 뗄 수 없는 책을 만든다’는 사훈 아래 고급 디자인을 접목하고 보고, 그리고, 만질 수 있는 ‘촉감 책’과 ‘스티커 북’을 발간해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영국 명문 이튼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경영전문대학원 인시아드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에게 “왜 영국이 세계를 석권한 금융계나 정치권에 진출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금융계는 ‘정글’입니다. 저는 그곳에 취미가 없어요. 대학 때 학내 유머 잡지를 발행해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어요. 아동책을 만들면서 TV에 빼앗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었죠. 한국의 젊은이들도 당장의 돈만 보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하세요.”
그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과 인생철학을 주제로 독자를 상대로 강연한다. 일흔이 넘어서도 산악오토바이를 즐기는 그는 “인생의 가장 큰 재미는 모험을 즐기는 것”이라며 “새로운 아동책을 만든 저 같은 괴짜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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