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 고려대교수, 한국인 첫 유엔 ‘기후변화 협의체’ 의장 당선
이회창 前 자유선진당 대표 동생
“한국이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이슈를 주도해주기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엄청나다고 느꼈습니다. ‘포스트 2020(Post-2020)’ 기후 체제에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공통된 합의점을 찾아내는 데 중심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지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핵심 국제기구의 수장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 이회성 교수(70)가 선출됐다. 이 교수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동생이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일(현지 시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선거에서 이 교수를 제6대 의장으로 선출했다. 벨기에 미국 시에라리온 등 6개국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이 교수는 장 파스칼 후보(벨기에)를 22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임기는 5∼7년(향후 기후변화 보고서가 나오기까지의 기간)이다.
이 신임 의장은 당선 직후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기후변화 대응은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 외에 각국이 재난대책 수립과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줄여나가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PCC가 과학적 연구 외에 이런 실천적 적응 방안에 대해서도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신임 의장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이제 마음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로 인해 달라질 경제, 사회의 모습에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재생에너지 개발과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 혁신적 투자,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밖에서는 우리가 그 어떤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잘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보지만 국내에서는 IPCC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게 현실”이라며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신임 의장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20여 년간 IPCC의 실무그룹 공동의장 및 부의장 등으로 일하면서 환경과 기후변화 분야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그의 당선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논의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기후변화 정책에서도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IPCC는 199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로 195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과학자가 참여해 발간하는 IPCC의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 관련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 단체는 2007년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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