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웨버 6·25기념재단 이사장 “美기업 무관심에 한국전 참전용사 잊혀져 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윌리엄 웨버 6·25기념재단 이사장
“추모벽 모금 외면… 재단 자금난… 그나마 한국기업 지원으로 지탱”

“많은 미국인이 전쟁과 참전용사 문제에 대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들에게 이는 특히 견디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참전용사들은 그들의 기여가 국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한쪽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90·사진)은 11일 뉴욕타임스와(NYT)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재단이 미국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재단은 현재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6·25전쟁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한 장병들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해 500만 달러(약 58억 원)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웨버 이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100만 달러를 후원했고, 현대차는 올해 7월 기념비 건립 20주년 기념행사에 2만 달러 이상을 내놨다”며 “그나마 재단을 지탱하는 것은 이런 한국 기업들의 후원 때문”이라고 전했다.

올해 7월 워싱턴 기념비 앞에서 6·25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3만6574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호명식을 주도하기도 했던 그는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한국에 가면 큰 존경을 받는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누리는 자유가 전쟁에서 피 흘려 싸운 이들의 희생 덕분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NYT는 다른 참전용사기념재단과 비교할 때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재단이 겪는 자금난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이 신문은 “역사가들은 6·25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부른다”며 “웨버 이사장과 같은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다시 잊혀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베트남참전용사기념재단은 교육센터 건립을 위해 한국과 호주 정부를 비롯한 해외 후원자뿐만 아니라 타임워너, 코카콜라 등 미국 기업들로부터 상당한 후원을 받았다. 이 재단은 지하 2층짜리 교육센터 건립을 위해 2980만 달러를 모금했는데 이 가운데 600만 달러만이 해외 모금이었다.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재단은 미국 정부에서 건물과 땅을 지원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 법안은 두 차례 무산됐지만 현재 다시 하원에서 발의돼 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있다. 웨버 이사장은 “법안에 관련된 많은 사람이 미국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잊혀져서는 안 되며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한국전#참전용사#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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