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남북공동성명 물밑 조율… 정홍진 前 중정국장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6·25전쟁 이후 첫 남북 비밀접촉의 주인공으로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을 이끌어 낸 막후 주역인 정홍진 전 중앙정보부 국장(사진)이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정부가 1970년 8월 광복 25주년을 계기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고 북한이 이에 화답하면서 1971년 4월 처음으로 남북 적십자 예비회담이 열렸다. 이 예비회담에서도 남북이 이산가족 범위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할 때 회담 대표였던 고인이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김덕현 당시 북한 차석대표에게 쪽지를 몰래 건넸다. “따로 만나자”는 제의였다. 이를 계기로 남북 비밀접촉이 본격화됐다. 고인은 1972년 3월 방북해 김일성 주석의 동생인 김영주 당시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 달 뒤인 4월 김덕현이 서울을 찾아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만났다. 5월 초에는 이 부장이 방북해 김일성과 만났고, 5월 말에는 북한 박성철 제2부수상이 서울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비밀리에 만난 뒤 남북은 7·4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고인은 남북조절위원회 간사위원, 중앙정보부 차장보를 지냈다. 퇴임 후에는 송원김영환장학재단 이사장(1983∼2000년)을 맡아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업을 잇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도왔다. 유족으로 아들 원기(사업) 용기(기업은행 지점장) 윤기 씨(사업)가 있다. 빈소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발인 13일 오전 7시. 02-2258-5940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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