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지 않으면 등받이가 펴지지 않는 영화관 의자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제가 만든 의자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등받이가 펴지지 않아 자동차나 버스, 어느 좌석에서든 안전벨트를 꼭 하게 만드는 의자입니다.”(‘안전의자’를 발명한 부산대팀)
13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전국학생설계경진대회에 참가한 부산대팀의 박대현 씨(23)는 “실용성을 갖추기 위해 설계만 10여 번 바꿨다. 비용은 8만 원으로 비교적 낮을뿐더러 기존 의자에 몇 가지의 부품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상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기계학회가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 경암교육문화재단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고교생과 대학생이 팀을 꾸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발명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안전문제가 떠오르면서 이에 맞춰 ‘사회 안전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의 개발’이 공모 주제가 됐다.
고교팀은 가정 내 안전사고 예방 기술, 대학팀은 수송수단 안전 시스템 설계에 맞춰 출품했다. 고등부 42개 팀, 대학부 83개 팀으로 총 125개 팀이 참가했다. 이날 본선에서는 15개 팀씩 총 30개 팀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날은 각 팀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작품을 직접 시연해 보인 후 심사위원단이 평가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올해 4월부터 직접 설계하고 만든 발명품을 작동시키면서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 단순하지만 기발한 작품을 선보일 때에는 관객들 사이에서 “우와” 하는 소리와 박수까지 터져나왔다.
심사위원들의 질문과 조언도 이어졌다. 박진호 지율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손가락 부상 위험이 없는 참치캔 뚜껑에 대해 “간단한 원리로 아이디어를 구현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와 유사한 기술이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특허출원을 해놓은 상태이고, 앞으로 실용화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상작은 아이디어의 참신성, 설계방법, 실용성, 경제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부산대의 안전의자(대학부)와 송내고의 ‘신체 끼임을 방지하는 문의 설계’(고등부)가 각각 대상을 탔다. 금상에는 숭실대의 ‘지하철 교통 약자석 쪽 문과 승강장 사이 안전발판 기계장치 설계’(대학부), 용인외고의 참치캔 뚜껑 설계(고등부)가 선정됐다.
특히 고등부에서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심사위원인 홍경철 제주 오현고 교사는 “고교팀이지만 상당히 참신하고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박찬일 대한기계학회 부회장은 “고등부 작품들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제 만들어온 작품을 보니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고등부 대상을 받은 신체 끼임을 방지하는 문은 미닫이와 여닫이 기능을 하나로 합쳐놓았다. 손이나 발이 문에 가까이 가면 센서가 인식한 후 미닫이 기능이 작동해 문의 좌우 폭이 좁아진다. 이렇게 되면 여닫이로 열면서도 손발이 문과 벽 사이에 끼일 우려가 없다. 이 팀의 모수아 양(17)은 “생활 속에서 문에 손과 발이 끼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 크고 무거운 문의 경우 사고 위험이 크다. 미닫이 기능을 일부 넣어 문과 벽 사이의 공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원윤재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는 “대학부에서도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더불어 경제성을 따진 작품들이 많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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