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詩 읊으며 떠난 檢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2년 임기 채운 김진태 총장 퇴임… “사람 살리는 수사해야” 거듭 강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의 퇴임식이 열린 1일 악수를 하려다 머리를 부딪친 김 총장(왼쪽)과 김수남 차기 검찰총장이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의 퇴임식이 열린 1일 악수를 하려다 머리를 부딪친 김 총장(왼쪽)과 김수남 차기 검찰총장이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말쑥한 정장 차림의 두 남자가 무대에 섰다. 둘은 꽃다발을 주고받고는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힘차게 포옹했다. 지켜보던 검찰 공무원 300여 명은 뿌듯한 얼굴로 박수를 보냈다. 무대 위 두 주인공은 8년 만에 임기 2년을 채우고 퇴임하는 김진태 제40대 검찰총장(63·사법연수원 14기)과 차기 총장이 될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56·사법연수원 16기)이다.

김 총장은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후임 총장의 환송을 받으며 30년 동안 몸담았던 검찰을 떠났다. 원래 총장 퇴임식에선 대검 차장이 총장에게 재직기념패만 전달하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엔 꽃다발을 건네며 포옹하는 장면을 통해 평화로운 검찰 수장 교체의 상징성을 부여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2007년 퇴임한 정상명 총장 이후 8년 만에 임기를 채운 총장이 됐다. 임기를 채운 총장이 대검 차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건 2001년 ‘박순용 총장-신승남 차장’ 이후 14년 만이다.

김 총장은 퇴임사에서 ‘범죄의 환부를 도려내되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김 차장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주길 당부했다. 한시와 문학에 조예가 깊은 김 총장은 미당 서정주 선생의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마지막으로 읊고 가족들과 집으로 떠났다. 퇴임식에 참석한 이들에게는 평소 즐겨 읽던 한국과 중국 한시 110편을 모아 직접 해설을 쓴 책 ‘흘반난(吃飯難)’을 나눠줬다. 흘반난은 ‘밥 먹기 어렵다’라는 뜻으로 김 총장이 평소 선문답처럼 자주 해왔던 말이다.

김 총장은 채동욱 전 총장 혼외아들 파문,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불거진 내부 항명 사태로 검찰이 자중지란을 겪던 2013년 12월 총장에 올랐다. 극도로 어수선한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정윤회 문건 사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굵직한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하며 2년 임기를 채웠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진태#김수남#경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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