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위해 소원 비는… 난치병 아동들이 진정한 램프 요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03시 00분


4일 3000번째 소원 들어주기… 손병옥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이사장

3000번째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 들어주기 행사를 준비 중인 손병옥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이사장.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3000번째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 들어주기 행사를 준비 중인 손병옥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이사장.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난치병과 싸우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게 목적이지만 오히려 부모들이 더 큰 ‘힐링’을 얻을 때도 많았습니다.”

3000번째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 들어주기 행사를 앞두고 3일 오후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한 손병옥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이사장(63·푸르덴셜생명보험 회장)은 ‘소원 들어주기 활동의 가장 큰 성과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난치병 아이 못지않게 부모에게도 용기를 줬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손 이사장은 “난치병에 대한 편견 때문에 난치병 어린이 부모 중에는 자신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원봉사자와 재능기부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부모들도 ‘사회의 시선이 차갑지 않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메이크어위시재단은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정서적 기부 활동을 펼치는 국제봉사단체로 한국에는 2002년 11월에 세계에서 26번째로 생겼다. 2009년 3월 1000번째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줬고, 2012년 8월 2000번째, 이번 달에 3000번째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 것이다.

손 이사장은 “소원 들어주기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소원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 활동 초기에는 주로 ‘게임기, 장난감 등 특정 물건을 가지고 싶다’와 ‘디즈니랜드 등 특정 장소에 가고 싶다’는 형태의 소원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을 펼쳐 달라’는 식의 소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우물 만들기와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못 올린 부모님의 결혼식 열어주기같이 어린이가 제안했다고는 쉽게 생각되지 않은 소원들이 많다”며 “가끔은 ‘혹시 엄마나 아빠가 시킨 소원이 아닌가’란 생각도 드는데 확인해 보면 다 아이들의 소원이 맞았다”고 웃었다.

3000번째 소원의 주인공인 유소원 양(8)의 소원도 다른 사람들을 위한 활동이다. 유 양은 소아암을 앓는 친구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제안했던 것이다. 4일 서울 서초구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에서 열리는 ‘소원별 음악회’에서는 박지혜 바이올리니스트 등이 협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의 메이크어위시재단에서도 한국 상황에 관심을 가질 만큼 성장과 활동이 두드러지지만 손 이사장은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아직도 다문화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위시 활동(소원 들어주기)’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가정을 대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우리 활동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린이 난치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오해 줄이기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 의료계, 기업들과 함께 난치병 제대로 알리기 활동도 펼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난치병#손병옥#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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