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인 1997∼2001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샌디 버거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회장(사진)이 2일 지병인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버거 전 보좌관은 클린턴 행정부 1기 당시 앤서니 레이크 국가안보보좌관 밑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일하다 2기 출범과 함께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아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유고슬라비아의 분열로 발칸 반도 사태가 악화되자 1999년 코소보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폭격 결정을 내리는 백악관 회의를 주재했다.
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기 검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거부하자 이라크를 4일간이나 공습하는 ‘사막의 여우’ 작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에서부터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까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 등 한반도 문제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애도성명을 내고 “버거 전 보좌관은 미국이 가진 최고의 국가안보 지도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며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부터 빌 클린턴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불확실한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헌신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버거 전 보좌관은 퇴임 후인 2003년 국립문서기록보관소를 드나들면서 클린턴 행정부의 테러 대비책을 평가한 정부 보고서 등 비밀분류 기록 일부를 바지 속에 숨겨 반출한 사실이 드러나 벌금 5만 달러와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00시간을 선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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