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 신임 이사장에 임명된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은 8일 “우리 전통문화가 재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글과컴퓨터 제공
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대왕판교로 한글과컴퓨터(한컴) 본사. 김상철 회장(62)을 만나기 위해 회장실로 들어가는 순간 마침 김 회장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익숙한 음조의 국악이었다. 김 회장은 “‘국악 벨소리’도 괜찮지 않냐”는 말로 운을 뗀 뒤 “국악처럼 훌륭한 우리 전통문화가 많은데 현실에서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7일 정동극장 이사장에 임명됐다. 정동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 공연예술 문화의 발전을 위해 1995년(재단법인은 1997년) 설립됐다. 이사장은 문체부 장관이 임명한다. 임기는 3년. 평소 전통문화에 애착이 컸던 김 회장은 정동극장 이사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우수한 한국 전통문화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더 자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김 회장은 전통문화를 대하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일본 신사(神社) 앞에는 어김없이 다양한 기념품이 있고 또 조금씩 달라진다”면서 “하지만 한국 사찰 앞에는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등을 긁을 때 사용하는 ‘효자손’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문화가 일본보다 훌륭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활용하고 확산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구슬(전통문화)은 널려 있지만 제대로 꿰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안타까움에서 4년 전 시작한 것이 ‘우리문화지킴이(우문지)’ 활동이다. 김 회장이 직접 만든 사단법인 우문지(www.woomunji.com)는 홈페이지에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통문화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도 펼치고 있다. “전통문화에도 기업설명회(IR) 같은 홍보 개념이 필요하다”는 김 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다. 6월에는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등을 돌며 주요 궁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제정하자는 국민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현재 우문지 사이트를 전통문화 포털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전통문화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동극장 이사장에 나 같은 기업인을 앉힌 것도 대중이 전통문화를 제대로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2010년 한컴을 인수하게 된 것도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맥이 닿아 있다고 했다. 그는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작자와 제작 원리를 알 수 있는 글자로서 훌륭한 전통문화”라면서 “정작 국민은 그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컴은 내년 초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MS오피스에 대항해 새로운 오피스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한컴이라는 회사를 잘 키워 내는 것도 전통문화를 수호하는 일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전 세계 오피스 프로그램 시장에서 한컴의 점유율은 0.4%에 불과하지만 세계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MS에 이어 세계 2위”라며 “한컴만이 유일하게 MS에 대항해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초 나올 새 오피스 프로그램을 앞세워 세계 시장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5%만으로도 1조5000억 원 이상 매출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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