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52)은 올해 각국 외교정책연구소와 한국 전문가를 육성하는 ‘차세대 정책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취임 후 2년간 세계 각국을 돌며 통일정책을 홍보했더니 “왜 한국이 갑자기 통일을 이야기하느냐” “한국이 통일을 준비하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동안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소홀했던 셈이다. KF 창립 24주년을 맞아 16일 서울 중구 KF 글로벌센터에서 만난 유 이사장은 “오피니언 리더인 정책 전문가로부터 통일에 대한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F는 올해 9월 미국, 10월 영국(유럽), 11월 태국(ASEAN·아세안), 12월 호주(오세아니아)를 방문해 대륙별 동아시아 정책 전문가를 초청해 ‘통일 공공외교’를 펼쳤다. 최근 호주에서 열린 호주국제문제연구소(AIIA)와의 포럼에서 “한국인은 통일에 관심이 없어 보이고 젊은 세대는 통일에 더 부정적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 구상이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돌직구성 질문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우리가 자꾸 통일을 공론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통일이 주는 기회와 이익을 알리고 주변국의 지지를 얻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는 “강한 통일한국을 바라지 않는 일본, 한민족에 의한 통일이라는 원칙을 반복하는 중국, 외교적으로는 축복하는 미국 등은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한 나라”라며 “독일도 주변국의 축복이 있었기 때문에 통일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을 비판하는 일본의 외교논리 3탄도 등장했다”며 우려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골포스트를 자꾸 옮긴다’ ‘중국에 경도돼 있다’에 이어 ‘한국이 미국, 일본과 가치를 공유하는지 의문’이라는 논리를 내놓는다는 것.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 등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우기는 셈이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장 많이 맺었다, AIIB는 영국도 참여했다 는 식으로 조목조목 대응 논리를 개발하고, 일본 내 ‘지한파’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만큼 통일외교를 하기 좋은 시기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력과 한류의 힘은 물론이고, 최근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도 늘었다. 그 덕분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사라졌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 정책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차세대 네트워킹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유 이사장은 “한국은 경제성장에 몰두하느라 지한파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며 “단기적으로 로비스트를 고용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지한파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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