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배기 아들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키다리 아저씨’ 빵집을 찾은 이선희 씨(37·여)가 초코머핀과 크랜베리머핀을 골라 들었다. 40m² 남짓한 동네 빵집. 이 씨는 매주 2, 3차례 이곳을 찾는다. 그는 “빵도 맛있고 우리 지역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꽤 났다”며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니 빵도 더 믿고 먹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15일 오후 빵집에서 만난 사장 김생수 씨(39)는 취재를 쑥스러워했다. 2013년 5월 빵집을 연 김 씨는 매일 남는 빵과 손님이 구매한 금액의 3%를 모아 지역의 비영리 민간단체 ‘마포희망나눔’에 기부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갖는 ‘빵데이’엔 그날 매상을 모두 기부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2300만 원 내외. 김 씨는 “큰 금액도 아니고 별것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꾸준히 지역사회에 기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조금씩 입을 열었다. 김 씨는 가게를 열면서 점포 보증금과 권리금, 물품 구매비, 인테리어비 등으로 2억 원가량의 빚을 졌다고 했다. 빵집이 자리를 잡으며 조금씩 갚았지만 아직 1억 원 넘는 빚이 있다. 그는 “빚을 다 못 갚은 처지지만 우리 동네를 향한 고마움은 어떤 식으로든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빵 기술을 배워 여러 곳의 빵집에서 일하다 마침내 갖게 된 자신의 가게였지만 막상 개업을 앞두니 설렘보다 ‘손님이 내 빵을 사 먹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다고 한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계속 빵집을 찾아주고 입소문도 내면서 빵집은 몇 달 만에 ‘마을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과 올 6월 ‘빵데이’에는 주민들만 가입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키다리 아저씨 빵집에서 기부 행사를 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일찍 빵이 다 팔렸다. 김 씨는 “조금씩이라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스스로 자랑스럽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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