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치료를 마치고 두 다리로 우뚝 선 하재헌 하사(21)의 표정은 늠름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방 야전에서 뛰고 작전도 나가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로비. 하 하사는 하우송 병원장의 손을 잡고 의족을 찬 두 다리로 걸어 나왔다. 약간 절뚝거렸지만 걷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 하사는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중 북한군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었다. 이달 초 퇴원한 김정원 하사(23)가 북한의 도발로 오른쪽 발목을 잃은 데 비해 하 하사는 두 다리와 엉덩이, 왼쪽 고막까지 크게 다쳤다. 김 하사가 퇴원한 이달 2일 하 하사는 고막 수술을 받았다.
하 하사도 이제 김 하사처럼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됐다. 하 하사는 소속 부대인 1사단의 경례 구호인 ‘전진!’을 우렁차게 외치며 경례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하 하사는 ‘군에 돌아가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마음으로는 전방에 가고 싶다”면서 “제 조건에 맞춰 행정 업무를 하면서 최선을 다해 전우들을 도와 군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두 다리로 걷는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지뢰 폭발 이후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의족을 착용하고 걷는 첫걸음이 아기 때 걸음마 하듯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첫발을 내딛는 게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혼자 (부상과) 싸울 때 상실감에 빠졌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국민의 응원을 접한 뒤 국민을 위해서라도 (빨리) 일어나 군에 돌아가 국민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힘든 재활과 수술 과정을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 하사는 “저를 응원해 주신 국민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고 웃을 수 있게 됐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국군수도병원에서 4주 정도 마무리 치료를 더 받은 뒤 군에 복귀한다.
하 하사는 이날 병원 앞에 준비된 국군수도병원행 앰뷸런스까지 혼자 걸어간 뒤 올라탔다. 그런 그에게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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