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 적 발견! 좌측 적 발견!” 지난해 12월 29일 경기 파주 수색대대 훈련장. 정교성 팀장(28·중사·사진)이 이끄는 육군 1사단 수색7팀은 적 출현 상황 예상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을 진행했다. 수색 작전을 나가기 전에는 항상 수색할 지형과 유사한 곳에서 사전 대비 훈련을 한다. 말없이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신속하게 이동한 수색대원들은 ‘적 발견’이라는 정 중사의 말에 똑같이 외치며 일사불란하게 대형을 이뤄 임무를 수행했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빠짐없이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평가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
정 팀장은 지난해 8월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일어난 북한의 지뢰 도발 사건 당시 피해를 입은 수색7팀을 이끌었던 인물. 수색7팀은 지난해 사건 전날 이미 부상자 발생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을 했다. 정 중사는 “평소에 부대원들에게 자신이 팀장이라고 가정하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 ‘생각하는 훈련’을 강조하고 있다”며 “부대원 개개인이 팀장과 같은 몰입도를 가질 때 전투력도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복 훈련의 성과는 ‘복명복창’(상관이 명령한 말을 부하가 그대로 따라서 말하는 것)의 생활화로 이어진다. 사건 당시 수색7팀 정찰통신병이었던 최유성 예비역 병장(24)은 정 중사가 외치는 명령을 복명복창하면서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그런 훈련의 반복이 지난해 지뢰 도발 사건 당시 안전하게 부상자를 후송하고 대응사격 태세를 유지하게 한 힘이었다. 10여 명의 수색대원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지원 병력이 13분 만에 부상자 김정원, 하재헌 하사를 후송할 때까지 임무를 완수했다. 사고 당시 수색7팀의 대응 모습이 담긴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이 공개된 뒤 국민은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8·4 지뢰 도발’ 사건의 ‘숨은 영웅’ 정 중사가 아니었으면 이뤄낼 수 없었던 성과이기도 하다.
정 중사는 아직도 지난해 지뢰 도발 사건 당시가 생생하다. 두 번의 지뢰 폭발 직후 그의 양손은 피범벅이었다. 귀는 멍했다. 자욱한 연기에 적이 근처에 있는지, 어떤 공격이 있었는지 당장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피 묻은 손으로 부상당한 두 하사를 옮겼지만 계속 손이 미끄러졌다. 하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훈련한 대로 두 하사를 응급처치하고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나머지 수색대원들을 추스르며 해야 할 일을 지시했다. 부하들은 그렇게 팀장의 지시를 따라 외치며 급박한 상황에 대처했다.
2009년 임관한 후 줄곧 수색대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정 중사는 올해도 DMZ 수색 임무를 자청했다. 정 중사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매일 부대원들과 실전 같은 훈련을 하면서 ‘내가 죽어도 다른 팀원들이 팀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놓지 않는다”며 “지금도 당시 상황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떠올리며 훈련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육군 1사단 수색대대장 지신웅 중령은 “정기적으로 부사관 등 간부의 능력을 평가하면서 정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래야 부대원들을 강하게 훈련시키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수색7팀 대원이던 이형민 하사(22)와 박준호 병장(24)도 정 중사와 함께 사건 1주일 만에 팀에 복귀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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