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도움으로 두개골 및 다리 신경 복원 수술을 받은 쩐득따이 군(오른쪽)이 6일 위문을 온 이상운 ㈜효성 부회장(가운데), 이화여대 목동병원 의료진과 함께 웃고 있다. ㈜효성 제공
아버지는 농부였다. 친구들과 흙장난하고 놀 고사리손으로 밭에서 커피 원두를 땄다. 온 가족이 농사에 매달려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농사일을 돕던 2001년 어느 날.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누나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질퍽거리는 도로를 걷던 중 오토바이 1대가 동생을 덮쳤다. 쓰러진 동생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꿈 많던 다섯 살 소년의 다리는 두개골이 함몰되면서 신경을 다쳐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베트남 소년 쩐득따이 군(18) 얘기다.
쩐 군은 2010년 교통사고로 아버지마저 잃었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악착같이 일했다. 그래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살아야 했다. 누나 쩐띠낌프엉 씨(24·여)는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결국 누나는 한국어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해 ㈜효성이 주는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졸업 후 효성 베트남법인에 취직해 돈도 벌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행운은 계속됐다. 쩐 군의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누나가 근무하는 ㈜효성은 2011년부터 해외 사업장에 의료봉사단 ‘미소원정대’를 파견하고 있다. 현지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은 한국으로 데려와 좋은 시설에서 무상으로 치료해줬다. 누나는 동생의 치료를 부탁했다. 쩐 군은 지난해 11월 한국에 입국해 12월 두개골 복원 및 다리 신경 회복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움직이지 않던 다리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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