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동문 사회봉사단 ‘함께한대’ 맹호부대 격전지 찾아 1000명 진료
집 지어주고 틀니에 장학금까지… 주민들 “한때는 원망, 지금은 감사”
“한때는 많이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맙습니다.”
5일 베트남 빈딘 성 떠이선 현 떠이빈 사에 마련된 한양대 동문 사회봉사단 ‘함께한대’의 의료봉사 현장. 체구가 작고 몸이 깡마른 응우옌 티 응우옌 할머니(72)가 머리와 무릎이 아프다며 이곳을 찾았다.
50년 전 한국군에 남동생을 잃은 응우옌 할머니에게 한국은 원망의 대상이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응우옌 할머니가 살던 이 마을에도 한국 맹호부대가 들이닥치며 비극이 찾아왔다. 응우옌 할머니는 “남동생과 함께 도망가는데 맹호부대가 쫓아오며 쏘는 총에 동생이 맞아 숨졌다”며 “오랫동안 한국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에 소대장으로 참전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우석 선교사(68)는 “베트콩이 한국군을 쏘고 달아나 마을로 숨었는데, 맹호부대가 베트콩만 골라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니 주민들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응우옌 할머니의 원망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한국군은 미국의 요청으로 파병됐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응우옌 할머니는 지금은 이 지역을 찾아와 꾸준히 봉사하고 있는 한양대 봉사단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응우옌 할머니는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갔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찾아와 치료해 줘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응우옌 할머니는 미뤄 뒀던 진료를 한꺼번에 받았다. 오랫동안 치과에 가지 못해 완전히 썩어 버린 치아 두 개를 뽑았고, 동네에서 지은 약으로 치료가 되지 않던 고혈압 약도 새로 받았다. 아픈 무릎도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나흘간 이뤄진 의료 봉사에 응우옌 할머니를 비롯해 1000명이 훌쩍 넘는 환자가 몰려들었다. 봉사단 의료팀장인 황경균 한양대 의대 치과 교수는 “이곳 환자들을 진료해 보니 1980년대 한국에서 무의촌 진료를 할 때 상황과 같았다”며 “기부를 받아 마련한 장비로 현장에서 간단한 틀니까지 만들어 주는 등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졸업생과 재학생, 교직원 등으로 이뤄진 55명 규모의 봉사단은 의료 봉사 이외에도 집 짓기와 가옥 수리 봉사,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미용 봉사, 아이들을 상대로 페이스페인팅·놀이 봉사 등도 함께 진행했다. 또 동문들의 기부로 현지 중고등학생 10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체육관 겸 문화회관도 착공했다.
봉사단 단장인 김용수 한양대 공과대학장은 “봉사활동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봉사를 하러 온 학생들에게도 큰 가르침을 준다”며 “봉사단은 최소 5년 동안은 지속적으로 파견하는 등 앞으로 활동을 더욱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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