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봇, 소리’ 첫 단독주연 이성민
실종된 딸 10년째 찾는 아버지역… 대구 지하철참사 아픔도 담겨
로봇과 감정소통 어렵지않아… 촬영 끝났을땐 배웅할 정도로
“‘소리’랑 같이 무대 인사를 다니는데 어제는 자기를 주인공이라고 소개하더라고요.” 이성민은 인터뷰 내내 함께 출연한 로봇을 ‘소리’ 혹은 ‘녀석’이라고 표현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긴장되죠. 어제는 새벽 3시까지 못 잤어요. 처음 혼자 주인공을 맡았으니…. (로봇을 가리키며) 이놈한테 기대기라도 하면 좋은데 그럴 수도 없고요.”
사람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만은 그대로였다. 드라마 ‘골든타임’ ‘미생’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이성민(47)이 27일 개봉하는 영화 ‘로봇, 소리’에서 주인공 김해관 역을 맡았다. 첫 단독 주연이다.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배경은 2013년, 실종된 딸을 찾아 10년 동안 전국을 헤매던 해관은 어느 날 외딴 섬에서 추락하던 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로봇 ‘소리’를 발견한다. ‘소리’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녹음하고,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낼 수 있는 고성능 도청 로봇. 해관은 ‘소리’를 이용해 딸을 찾아 나선다.
부녀 사이의 애틋함을 말하는 영화의 이면에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숨어 있다. 해관의 딸이 참사 당일 사고가 났던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인근에서 실종된 것으로 나온다. “대구 지역 극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어요. 가장 치열한 시절을 보낸 곳이죠. 2003년 당시엔 서울에 올라온 뒤였지만 가족은 아직 대구에 있었어요. 아내와 ‘괜찮냐’고 통화하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영화 자체는 아버지와 로봇, 그리고 딸의 이야기지만 ‘그때의 사고를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죠.”
해관은 처음엔 ‘소리’를 낯설어하다 조금씩 친밀감을 느끼고 나중에는 ‘소리’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기까지 한다. 상대역 ‘소리’는 한 대당 ‘몸값’이 1억여 원으로 세 대가 번갈아가며 그와 연기했다. 그는 “평범한, 조금 완고한 중년 남자라면 로봇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했더니 감정이입이 어렵지는 않았다. 마지막 촬영이 끝난 뒤엔 ‘소리’를 실은 차를 따라가며 배웅 인사까지 할 정도였다. 시사회 때 나이 있는 관객 분들도 함께 웃으시는 걸 보면서 다들 귀여워해 주는구나 싶어 안심했다”고 말했다.
다혈질이지만 속정 깊은 의사 최인혁(‘골든타임’), 진정한 멘토가 되어주는 직장상사 오상식(‘미생’)까지 이성민이 맡아온 역할은 유독 서민적이고 인간적이다. 김해관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어릴 때는 둘만의 비밀이 있는 친밀한 사이였다가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며 조금씩 멀어지고 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린다. 중학교 3학년 딸이 있는 이성민은 “아직까진 영화에서처럼 사이가 멀어지진 않았다. 딸에게 ‘영화 재미있다. 홍보해 달라’고 말했더니, ‘보지도 않고 어떻게 얘기하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로봇, 소리’는 딸을 잃은 아버지가 낯선 로봇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딸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미생’의 오상식이 가장이면서도 직장인으로서의 무게를 진 역할이고 좀 더 공적인 인물이었다면, 김해관은 평범하고 개인적인 아버지예요. 누구라도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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