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로 보낸 ‘졸업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착한 과학자 꿈꾸던 故장세민씨에 모교 포스텍서 명예수료증 수여

고 장세민 씨(오른쪽)의 고등학교 졸업식 기념사진. 왼쪽은 동생 장세윤 씨, 가운데는 부친인 장병강 씨다. 포스텍 제공
고 장세민 씨(오른쪽)의 고등학교 졸업식 기념사진. 왼쪽은 동생 장세윤 씨, 가운데는 부친인 장병강 씨다. 포스텍 제공
19일 ‘착한 과학자’를 꿈꾸던 고 장세민 씨의 포스텍(포항공대) 명예수료증이 하늘나라로 전달될 예정이다. 포스텍은 이날 열리는 2015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장 씨에게 생명과학과 명예수료증을 수여한다고 17일 밝혔다.

장 씨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고 진화론을 탐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2012년 포스텍에 입학했다. 학업 중에도 지병으로 어려워하는 지역 홀몸노인들을 찾아가 이들을 보살피며 ‘착한 생명과학자’가 되길 꿈꿨다. 하지만 그해 여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지도교수였던 김경태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학교 생활은 짧았지만 생명과학에 대한 학구적인 열의와 성실함이 인상에 남는 제자”라며 장 씨의 명예수료증서를 청원했다.

아버지인 장병강 씨는 현재도 아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며 아들을 추억하고 있다. 이번 명예수료증 수여에는 동기들과 함께 졸업장을 받았으면 하는 장 씨의 바람이 반영됐다.

동생 세윤 씨도 지난해 형을 따라 포스텍에 입학했다. 세윤 씨는 고등학생 때 떠나보낸 형을 롤모델 삶아 빈곤층을 돕는 ‘착한 공학’을 실천하는 공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장 씨의 장례식 때 들어온 조의금은 ‘장세민 학생 장학기금’으로 조성돼 선후배에게 지급됐다. 부친 장 씨는 “세윤이가 포스텍에 합격한 뒤 형의 추모공원 앞에서 그리움과 자랑스러움이 섞인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큰 액수는 아니지만 아들의 친구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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