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공동체학교-부산국제고 33명… 3년간 다문화모임서 토론하고 번역
‘오늘의 세계를…’ 8개 언어로 펴내
다문화 대안학교인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과 특목고인 부산국제고 학생 33명이 3년간 나눈 소통의 이야기가 ‘오늘의 세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ACNews 청소년 기자단으로 참여한 아시아공동체학교와 부산국제고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공동체학교 제공
시작은 단순했다. 부산국제고 학생들은 봉사활동으로 다문화학교 청소년들에게 한글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얘기를 해보니 서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토론을 하며 그 벽을 줄여갔다.
다문화 대안학교인 부산의 아시아공동체학교와 특목고인 부산국제고 학생들이 3년간 교류하며 소통한 결과물이 ‘오늘의 세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책으로 나왔다. 327쪽의 이 책에는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 중고교 과정을 밟고 있는 청소년 15명과 부산국제고 학생 18명이 소통한 흔적이 8개 언어로 담겨 있다.
국제고 학생들은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아시아공동체학교의 온라인 소식지 ACNews(Asia Community News)의 청소년 기자단을 도와주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베트남 페루 필리핀 등 8개 언어로 소식을 전하는데 서로 몰랐던 사실과 오해하고 있는 게 많았다. 그래서 각국별 8개조로 나눠 특정 주제를 정한 뒤 해당 국가 언어로 토론하고 번역해 소식지에 싣는 작업을 했다.
막타인쭝 군(17·베트남)은 “한국인 친구가 쓴 글을 베트남어로 번역하면서 한국군에 의해 베트남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다는 사실을 듣고 번역하면서 그런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조이 양(16·필리핀)은 달걀이나 오리 알이 부화되기 직전에 삶은 필리핀의 전통 음식인 ‘발롯’을 소개했다. 그러자 그동안 대표적인 동물학대로 꼽혔던 한국의 ‘보신탕(개고기)’과 프랑스의 ‘푸아그라(거위 간)’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출신 빅토리아 니 양(16)과 부산국제고 조연경 양(17)은 “요리 재료는 나라마다 다양하고 기준이 다르다. 필리핀에 가면 발롯 요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들은 “부산국제고 친구로부터 고급 단어와 글 쓰는 법을 배우며 한국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부산국제고 학생들은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은 자립심과 자부심이 강하고 사물을 보는 색다른 눈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효석 아시아공동체학교 교장은 24일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땐 학교측이 개발한 다국어 번역 및 통역 애플리케이션 ‘두들톡’을 이용하는 등 학생들의 노력이 돋보였다”고 했다. 박인순 부산국제고 교장은 “주말 봉사로 시작한 활동이 기대 이상의 성과물로 이어졌다.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글로벌 교제”라며 격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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