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닦은 실력, 고국 발전위해 쓸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6일 03시 00분


서울대 화제의 외국인 졸업생 2인

제70회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선정된 몽골 출신 우간바야르 벨레그뎀베렐 씨가 24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제70회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선정된 몽골 출신 우간바야르 벨레그뎀베렐 씨가 24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말 감사합니다.”

두 외국인 학생은 치열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고맙다고 말했다. 26일 제70회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위를 받는 우간바야르 벨레그뎀베렐 씨(24·몽골)와 미크 수카봉 씨(28·라오스)는 “장학금을 받고 서울대에서 공부한 경험을 평생 못 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교관을 꿈꾼 벨레그뎀베렐 씨는 2011년 서울대 총동창회 장학금을 받고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했다. 벨레그뎀베렐 씨에게 서울대에서의 4년은 실제로 외교를 경험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2013년 서울대 외국인학생회장을 지내며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을 이끌고 국내외 봉사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벨레그뎀베렐 씨는 한반도와 몽골과의 특별한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몽골은 과거 사회주의 1당 체제 시절부터 북한과 수교를 했고 민주화와 산업화를 겪으면서 한국과도 외교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벨레그뎀베렐 씨는 “특히 통일학을 재밌게 공부했다”며 “동북아 평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교관이 돼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벨레그뎀베렐 씨는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도 한다. 외국인 학생이 서울대 졸업생 대표 연설자로 뽑힌 것은 2013년 러시아 출신 고려인 3세 홍야나 씨(27·여) 이후 두 번째. 한국과 연고가 전혀 없는 외국인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욱-서울 프로젝트’의 첫 서울대 졸업생인 라오스 출신 미크 수카봉 씨가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교정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종욱-서울 프로젝트’의 첫 서울대 졸업생인 라오스 출신 미크 수카봉 씨가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교정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수카봉 씨는 서울대 의대의 개발도상국 의료진 지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이종욱-서울 프로젝트’의 첫 졸업생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는 개도국 의료 연구진을 서울대로 초청해 한국의 의학 연구를 전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1950년대 한국 현대 의학의 주축들을 키워 낸 미국의 ‘미네소타 플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2010년부터 매년 10명씩 라오스 의료진을 초청하고 있다.

수카봉 씨는 고국인 라오스 국립의대에서 보건통계학을 가르치던 교수였다. 선진 의료를 공부하기 위해 2011년 서울대 의대에서 1년 단기연수를 받았는데 연구 성과가 우수해 서울대 측으로부터 정규 대학원 과정을 밟을 것을 권유받았다. 수카봉 씨는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약물역학을 전공하며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추적·관리 시스템을 연구했다. 그는 “라오스는 연구는커녕 진료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만큼 열악한 의료 환경이다. 의약품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고국에 도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카봉 씨의 연구 결과는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약물역학 국제학술대회’에서 그의 연구 성과가 공식 발표 자료로 채택됐다. 지도교수인 박병주 서울대 교수는 “개도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수카봉 씨가 귀국한 후 라오스 의학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서울대#외국인#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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